5월도 하순을 달리고 있다. 작년에 앵두 수확한 날짜를 확인하니 5월 27일에 한 번 수확했고 이어서 6월 1일에 마무리를 지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농작물의 작황이 1 주일 정도 빠른 것 같아 지난 화요일(25일) 일찍 시골에 있는 텃밭으로 앵두 수확할 겸 집을 나섰다. 집에서 나서기 전부터 빨갛게 익은 앵두의 탐스러운 모습이 눈에 선했다. 선산의 성묘부터 하고서는 텃밭을 둘러보니 5월 초에 고추와 가지, 오이와 토마토 등의 모종을 심고 나서 보름 이상 들러니 않아 잡초들이 무성했다. 앵두 수확보다 우선 두둑의 잡초들을 뽑고 토란까지 심었다.
텃밭 일을 마치고는 앵두 수확을 위해 건너편 앵두나무 쪽으로 갔는데, 마침 수확하기에 꼭 맞는 때인 것 같았다. 탐스럽게 익은 빨간 앵두가 두터운 햇살을 맞으며 더 붉게 보였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돌고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한참을 다른 각도로 앵두들을 스마트폰에 담으면서 벌써 먹지 않아도 맛을 다 본 듯한 기분이었다. 앵두나무 가지에 탱글탱글 매달려 곱게 익은 앵두가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자연이 주는 여러 가지 혜택 중에는 꽃의 아름다움과 열매의 충실하고 탐스러움이 아닐까 한다. 구태여 향기를 맡겨나 맛을 보지 않아도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앵두 수확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잘 익은 앵두 한 알 한 알을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정성껏 따야 하기 때문에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3시간을 꼬박 앵두만 딴 것 같은데 5kg도 되지 않았고 모두 따지도 못했다. 앵두나무 한 그루를 두고 수확하는데 3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과실나무를 키울 때는 가능하면 열매가 큰 것을 택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 열매가 작기로는 아로니아도 작고 앵두 역시 못지 않게 작은 편이다. 그렇지만 앵두꽃과 달콤한 앵두 맛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는다.
앵두는 세종대왕께서 아주 좋아하여 경복궁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앵두 씨앗은 장을 윤활하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가 하면, 과실은 비장(脾臟)이 허(虛) 한 것을 보하거나 튼튼하게 하면서 얼굴색을 곱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작년 수확한 앵두는 효소를 담았는데 올해도 효소를 담았다. 남은 앵두는 마저 수확하여 앵두주를 담아볼까 한다. 앵두주의 색깔과 맛도 좋다고 해서이다. 옛날 우물을 팔 때 나무로는 앵두나무나 복숭아나무를 심었고, 풀로는 속새를 심었다고 한다. 요즈음은 우물 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별로 관심도 없지만 앵두의 효능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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