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깐 파란 높고 맑은 하늘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이내 다시 구름이 하늘을 덮으면서 기온도 제법 내려가 백로(白露)를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든 것 같다. 여름부터 수시로 매달리고 있는 애호박과 찬바람이 불면서 제맛을 더해가는 늙은호박(청둥호박)의 계절이 왔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맑은 가을 하늘이 드러나면 장마로 인해 결실이 저조했던 호박 넝쿨에도 샛노랑 호박꽃이 생동감 있게 피어나면서 애호박들이 시간을 다투어 열리기 시작한다. 이미 누렇게 색깔이 바뀌면서 큼직하게 자란 늙은호박들은 더욱 단단해지고 맛까지 더하면서 수확을 기다리는 때이기도 하다. 애호박은 애호박대로 늙은호박은 늙은호박대로 영그는 가을과 함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텃밭에서 매실나무를 타고 오르고 땅 위로 거침없이 뻗어 나는 호박 넝쿨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기세이다. 새로 뻗어 나는 호박 넝쿨의 연한 호박잎 역시 이맘때 수확하여 살짝 쪄 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그 위에 밥을 얹고 간장 또는 된장을 더해 싸서 한 입에 넣으면 혀끝에 감도는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씹히는 그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며칠 전 텃밭에 갔다가 스무 잎 정도 따왔는데 살짝 쪄 식탁에 올려놓으니 게 눈 감추듯 삽시간에 어디로 갔는지 빈 접시만 남아 서로 보면서 웃기만 했다. 다음에 텃밭에 가면 호박잎을 더 많이 따오려고 한다. 호박잎은 살짝 쪄서 먹어도 좋지만 애호박과 호박잎을 넣어 국으로 끓여 먹어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애호박은 호박국 외에도 얇게 썰어 부침(전)으로 구워 먹어도 좋고, 부추전을 부칠 때 매운 고추와 함께 잘게 썰어 넣어도 또 깔끔한 다른 맛의 부추호박고추전이 된다. 또한 애호박은 된장을 끓일 때도 넣고, 갈치를 조려 먹을 때도 밑에 깔아 두면 한 맛을 한다. 직접 텃밭에서 수확한 천연 무공해인 애호박을 식재료로 사용하면 안심하고 넉넉하게 반찬거리를 만들 수 있어 좋다. 애호박도 다양하게 활용하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지만 늙은호박 역시 별미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이다. 보통 팥을 넣어 호박죽을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지만, 늙은호박 하나를 위쪽에 뚜껑 부분만 도려내고 속을 깨끗이 긁어내어 그대로 쪄서 즙을 짜 마셔도 부기를 빼고 비타민 A 등을 섭취할 수 있는 주스가 된다.
늙은호박으로 호박죽을 끓여 먹을 때는 단호박 한 두 개를 함께 넣으면 설탕을 적게 넣고도 단맛을 맞출 수 있고 부드러운 맛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늙은호박은 식혜로 만들 수 있고 숟가락으로 속을 긁어내어 호박전을 부쳐도 맛깔스러운 간식이 될 수 있으며,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영양 섭취가 더 잘 된다고 한다. 늙은호박은 옛날부터 꿀을 넣어 산모의 몸 부기를 빼는데 특효라고 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고 한다. 늙은 호박 씨앗도 말려 까먹으면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호박은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재배하기도 좋고 특별히 관리를 하지 않아도 열리기 때문에 누구나 씨앗이나 모종을 심으면 풍족하게 수확해서 반찬거리나 간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 구황식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음은 두산백과에 나오는 청둥호박(늙은호박)에 대한 내용인데 참고로 올린다.
청둥호박은 맷돌호박, 늙은호박, 숙과용호박이라고도 한다. 맷돌호박은 모양이 맷돌처럼 둥글 납작하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명칭이고, 늙은호박이나 숙과용호박은 애호박이나 풋호박에 비하여 성숙하였다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동양계호박의 경우에는 개화한 뒤 50일 정도 지나 완전히 황색이 된 것을 수확하고, 서양계호박의 경우에는 개화한 뒤 35~40일 정도 지나 황갈색이 된 것을 수확한다. 겉이 단단하여 저장성이 좋기 때문에 식량이 부족하던 시기에 가을부터 이듬해까지 구황(救荒) 식품으로 이용되었다.
호박은 잘 익을수록 당분이 늘어나 단맛이 증가한다. 늙은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 되어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유익하다. 또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여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주고,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뇨 작용을 하여 출산한 여성의 부기를 빼는 데도 효과가 있고, 비만한 사람에게도 좋다.
늙은호박으로 만드는 호박꿀단지는 출산한 뒤의 부기를 빼기 위한 음식으로 이용된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꼭지 부분을 동그랗게 도려내고 속의 씨를 긁어낸다. 비어 있는 안에 꿀을 한 홉쯤 넣고 도려낸 부분을 다시 막아 큰 솥에 넣고 3~4시간 동안 찌면 안에 물이 고이는데, 이것을 따라 마시는 것이다. 늙은호박의 씨에는 두뇌 발달 효과가 있는 레시틴과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긁어낸 씨는 버리지 말고 따로 모아 말렸다가 강정이나 식혜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이밖에 삶아서 보약처럼 먹기도 하고, 호박죽이나 떡을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고구마·팥·넝쿨콩·찹쌀 새알심 등과 함께 만드는 호박범벅도 있다.
<출처 : 청둥호박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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