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두 번째 주 토요일인데, 완연한 봄날이다.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다 보니 아주 포근하여 어제 시골에서 가져온 제피나무 다섯 그루를 이식하기 위해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텃밭을 다녀왔다. 미세먼지 영향으로 하늘은 말끔하지 않았지만 햇살이 비치어 봄을 향한 진군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지난번에 텃밭을 들렀을 때 매실나무들의 꽃봉오리가 점차 부풀어 오르고 있어 다음 주일이면 매화가 피어날 것으로 예상을 했었는데, 오늘 가서 보니 몇 나무에 매화가 피어나 벌들이 꿀을 따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지난번에 매실나무 가지치기를 모두 마쳤기 때문에 깔끔하게 정리된 가지마다 꽃망울들이 이전보다 더 부풀어 올라 다음 주말이면 매화가 활짝 피어날 것 같았다. 텃밭 제일 안쪽의 청매화 한 그루는 제법 많이 피어 있었고, 중간쯤에 위치한 홍매화도 몇 송이 피어나고 있는가 하면 띄엄띄엄 한 두 송이 매화를 피우고 있는 나무들도 있었다. 2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땅속의 새싹들이나 나뭇가지의 새순들이 기운을 받아 돋아나려 하고 있는가 하면 새순보다 꽃부터 피우는 봄꽃들은 꽃봉오리를 맺으며 봄을 열려고 한창 몸을 틀고 있는 것 같았다.
자연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그때에 맞는 생명들을 앞세우며 끝없는 변화를 추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오직 사람만이 자신의 아집과 오만, 자기 합리화와 정당화를 앞세워 부자연스럽고 자가당착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속임에 빠져 너무나 독선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언행으로 서로를 힘들게 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아무런 부딪침도 고달픔도 없을 텐데도 그런 자연의 삶보다는 인위적인 삶에 익숙하여 좀처럼 본래의 완전한 모습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막 피어나는 매화를 바라보면서 자연의 순리를 다시 생각해 본다. 빨리 와달라 조르고 매달린다고 서두르지 않고 때가 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왔다가 화사하고 고운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그윽한 향기까지 지피다 때가 되면 아무런 미련도 없이 매실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바람에 꽃잎을 훌훌 날리며 홀연히 떠나고 만다. 사람처럼 오고 가는데 미련을 가지고 얽매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내일은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겨울 가뭄이 조금이라도 해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 와서는 매화 꽃봉오리는 따서 매화 꽃차를 만들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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