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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살아가는 이야기

3년만에 다녀온 오키나와 (3)

by 감사화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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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5일] 오키나와현 나하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첫날밤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오전 7시쯤 1층에 있는 식당(13층에도 식당이 있다고 했지만, 메인 식당이 1층이라고 해서 1층 식당을 이용함)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일본은 아직도 실내에서의 코로나 19 대응은 철저한 것 같았다. 뷔페식 식당에 들어갈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안내를 받아 지정해준 좌석에 앉아야 했으며, 좌석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은 식탁 위에 사용중이라는 표식을 해두도록 했고, 음식을 집을 때도 양손에 비닐 장갑을 끼도록 했다. 말은 가능하면 삼가하면서 식판에 각자 원하는 음식을 접시에 담아와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는데, 빵들은 부드러웠고, 채소와 과일은 싱싱했으며, 음료수도 입맛에 맞았다. 음식 가지 수도 다양하고 많았으며, 맛도 좋았다. 어제 저녁 국제거리 시장에서 봤던 바다 포도라는 해산물도 난생 처음으로 맛을 봤을데 짭짤하면서도 감칠 맛이 나 먹을만 했다. 특히 진한 토마토 쥬스의 맛은 아주 좋아 두 번이나 가져와 마셨다.

<아침식사로 먹은 뷔페의 일부 음식들과 식당 내부>

본격적인 오키나와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어서 든든하게 챙겨들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왼쪽 다리가 불편하여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도 차도가 별로 없는 가운데 조금은 무리를 하여 참가한 터라서 더욱 조심이 되고 다른 분들께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애들 아빠가 잘 챙겨줘서 합류를 했는데 끝까지 무사히 즐겁고 아름다운 여행이 되기를 빌었다. 호텔 방에서 각자 짐을 챙겨 오전 9시까지 로비에 나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서둘렀다. 오늘은 먼저 오키나와현의 북부 쪽으로 향하는데, 우선 쿄다(許田)휴게소[道の駅許田]에 들러 차를 마시고 곧바로 다이세키린잔(大石林山)을 오른 뒤, 이어서 코우리(古宇利)섬으로 이동해 둘러보고는 숙소에 들러 짐을 푼 뒤, 우후야[大家]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스케줄로 움직였다. 점심식사는 목적지를 오가는 도중에 적당한 곳을 정해서 먹기로 했다. 아침 일기예보에 오키나와 북부쪽은 비가 오락가락한다고 해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호텔에서 나와 쿄다휴게소를 목적지로 해서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유료인 오키나와자동차도(冲繩自動車道)를 따라 1시간 조금 넘게 달렸는데,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잔뜩 흐려 있어 여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기온도 섭씨 20도 정도로 어제보다 6도 정도 낮아졌다고 해도 나들이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시원스럽게 달리는 고속도로의 왼쪽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울긋불긋 피어 있어 겨울인 우리나라와는 많이 달랐다. 시속 100km를 넘지 않는 속도로 안전운행을 하면서 일상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 새 쿄다휴게소 맞은편 해변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쿄다휴게소는 반대편 방향이라 이곳에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해변과 바다 풍경을 감상했는데, 바닷물의 빛깔이 너무 맑고 고와서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청정지역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오염이 전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에메랄드(비취색) 바다는 눈은 물론 마음까지 맑아지게 하는 것 같았지만, 바람이 세찼다.

<잔뜩 흐린 하늘과 맞닿은 것 같은 에메랄드빛 바다>
<조금 멀리 바라본 바다와 하늘 풍경>
<3박 4일을 함께 한 멋진 렌트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맑게 해주는 것 같은 바다 빛깔>

모두들 나이를 잊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 밝은 얼굴에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추억거리를 만들기에 바빴다. 비록 계획했던 차는 마시지 못했지만, 제법 강하게 부는 바람에 맞서 한참을 에메랄드 빛깔의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 뒤, 첫 번째 목적지인 다이세키린잔으로 향했는데, 계속 해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니 별천지에 온 듯 했다. 목적지가 얼마남지 않은 곳에서 네비게이션이 일치하지 않아 잠깐 멈춰 길을 물어서 옛길을 따라 진행하니 조금 길은 가팔랐지만 지름길로 다이세키린잔의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중이라서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 가운데, 일행은 매표소가 있는 오키나와 돌문화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돌문화박물관에는 오키나와 특유의 돌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전시되어 있었고, 선물도 판매하고 있었다. 우선 매표소로 가서 입장권을 구입하는데, 65세 이상은 할인이 되었고, 어떤 코스로 돌아볼 것인지 의논도 했다. 매표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약 5분 정도 올라가면 실제 산행하는 코스들이 나온다고 했다.

<차 안에서 담은 해변 풍경>
<다이세기린잔으로 가는 길에 자주 만난 오키나와의 벚꽃>
<오키나와 돌문화박물관 앞에 세워진 다이세키린잔(대석림산) 조형석>
<돌문화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오키나와 돌들>
<다이세키린잔의 입산권>

다이세키린잔(大石林山)은 해발 204m 밖에 되지 않는 얕은 돌산인데, 수억 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용식과 침식이 이어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우리 일행이 대부분인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막 도로를 5분 정도 올라가니  등산 코스들이 시작되는 영적 오두막이 나왔다. 거기에서 내려 다이세키린잔쪽을 바라보니 그리 높지 않는 산이었지만 왼쪽에는 기이한 바위들이 많이 보였고 정면과 오른쪽은 평화스러운 잡목들이 우거진 평범한 산 모습이었다. 다이세키린잔을 둘러보는 코스는 모두 네 코스가 있는데, A 코스는 기암·거석 코스로 약 1km의 거리에 약 30분 정도, B 코스는 추라우미 전망대 코스로 약 900m 거리에 약 30분 정도, C 코스는 배리어프리 코스로 약 600m 거리에 약 20분 정도, D 코스는 캐주얼·살림 코스로 약 900m 거리에 약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남자들은 A 코스(노란색)로, 여자들은 B 코스(빨간색)로 올라가서 중간 지점(④)에서 만나기로 했다.

<셔틀 버스에서 내려 바라본 오른편 산의 모습>
<셔틀 버스에서 내려 바라본 왼편 산의 모습>
<한글로 만들어진 안내서>
<다이세키린잔의 코스맵>
<일본어로 된 코스맵>

그다지 가파르고 험한 산길이 아니라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용케 비도 내리지 않아 조금 습한 느낌이었지만 햇볕도 비치지 않아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여자들 다섯이 모이니까 남편들과 있을 때와는 다른 해방감(?)과 자유스러움이 넘쳐났다. 모두들 활기를 되찾은 듯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좋은 자리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추억을 담고 멋진 돌들을 보고는 기쁨도 표하면서 산길이 아닌 들길을 걷는 듯 했다. 왼편 기암괴석들은 계속 우리 일행을 따라 오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실제 다양한 기암괴석들은 A 코스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중간 부분에서 남자들과 다시 합류를 하여 이전보다는 조금 오르막인 산길을 올라가면서 곳곳에 적어놓은 안내판과 실제 바위 모습들을 비교하면서 용케도 잘 비유를 했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적인 바위로는 골반 바위, 환생 바위가 특이했고,  추라우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먼바다와 풍경은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A 코스로 들어서는 입구쪽 풍경>
<비좁은 길 양쪽으로 늘어선 바위들>
<크고 작은 바위들과 나무 그리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설치된 길>
<거인의 걸상이라는 바위>
<인연을 맺어주는 바위>
<낙타처럼 보이는 특이한 바위>
<육체미를 과시하는 듯한 바위>
<기묘한 바위들과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산길>
<녹음이 우거진 평화로운 풍경>
<서 있는 신과 같은 큰 바위>
<바위들 사이로 난 길>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삐쭉삐쭉 늘어선 모습>
<거북을 연상하는 바위>
<이구아나 바위>
<낙타 바위>
<사이고릴라 바위>
<잘린 나무둥치 같은 바위>
<오공 바위>
<기묘하게 생긴 하늘과 닿은 바위>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바위>
<석림의 벽이라는 파워 스포트로 강력한 에너지가 모여 있는 돌(Power Stone)로 이 기운을 받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잡귀를 쫓으며 운이 좋아진다고 함>
<나무와 바위가 절묘하게 어울린 모습>
<추라우미 전망대 가는 도중에 내려다본 평화로운 산아래와 바다 풍경>
<오키나와 방언에 "하이사이"는 안녕하세요라는 의미라고 하며, 코뿔소 바위>
<바위 사이에 난 구멍속에 얼굴을 넣고 찍는 포토존>
<돌아나오면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윤회 바위>
<추라우미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끝없이 이어지는 기암괴석들>
<바위 속의 우주인>
<확대해본 바위속의 우주인>
<제일 위에는 돌사자, 오른쪽 아래에 개와 양의 머리>
<무사들이 쓰던 모자 모양의 바위>
<다이세키린잔을 한 바퀴 돌아와 바라본 전경>

다이세키린잔은 얀바루국립공원(山原國立公園)에 속하며, 얀바루(山原)라는 의미는 "산들이 연결되어 숲이 넓은 지역"이라고 한다. 추라우미 전망대 코스는 맞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산을 올라서 그런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일본의 관광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깔끔하게 가꾸어져 있고 안전까지 고려한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특징인 것 같았다. 별 것 아닌 것도 별 것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끌도록 하는 장점은 배워야 할 점이다. 특이한 바위와 돌들은 물론 꽃과 나무들 그리고 새들까지 포함한 자연을 소재로 멋진 관광지로 만들어 오키나와 북부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만든 것 같았다. 점심 식사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시장한 줄도 모르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출발지점인 셔틀버스 내린 곳에 도착하고 보니 시장기를 느끼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영적 오두막에서 점심 식사를 할까 했는데, 벌써 일행 중에 점심 식사할 곳을 찾아두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돌문화박물관으로 내려와 점심 식사할 곳으로 출발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이었지만 보는 방향이 반대쪽이라 전혀 다른 길을 달리는 듯 했다. 올 때는 바다만 보였는데, 갈 때는 산들이 이어졌다. 이미 오후 2시가 가까운 시각이라 그런지 처음 목적지가 아닌 도중의 식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음 목적지인 코우리섬까지는 30여 분 걸려야 해서 적당한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그곳이 바로 해변가에 위치한 마루히라식도(丸平食道)라는 특이한 이름의 식당이었다. 일본에서는 보통 식사하는 곳이라고 해도 식당이라는 간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식당이라고 하면 식당(食堂)이라고 해야 하는데, 식도(食道)라는 간판도 특이했다. 나중에 일본 야후에서 "丸平食道"라고 검색을 해봤더니 "丸平食堂"이 아니냐도 되물었다. 식당을 식도(食道 : 목(인후)와 위를 연결하는 약 25cm의 길이의 장기)로 잘못 표기했거나 아니면 "식사하며 깨닫는 곳(道)"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마루히라식도의 메뉴 간판>

얼른 봐서는 식당 같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용케 찾아들어 간 것 같았다. 메뉴는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돼지고기인 아구(あぐー) 연골을 넣은 메밀국수(소바)와 닭고기 튀김 등이 있었다. 아구 연골이 든 메밀국수는 대·중·소가 있었는데, 모두 중으로 시켰고 맛을 보려고 닭고기 튀김도 2인 분을 시켰다. 아구는 오키나와의 재래종 흑돼지인데, 꼭 제주도 흑돼지를 연상케 했다. 맥주도 오키나와에서 주로 생산되는 것이 오리온이었듯이, 아구 역시 대부분의 요리에 들어가는 것 같았고, 아구 된장도 있다고 하니 지방색이 아주 강한 지역이 오키나와가 아닌가 여겨졌다. 아주머니 혼자서 열 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걸려 나온 아구 연골이 든 메밀국수는 마치 쫀득한 손칼국수를 먹는 듯 보통의 일본 메밀국수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정말이지 아구 연골은 아주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의외로 2인 분을 시킨 닭고기 튀김이 인기였다.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코우리섬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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