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팔공산 갓바위
코로나 19로 인해 한 달에 한 번 다녀오던 팔공산 갓바위를 거의 가지 못했는데, 첫째가 시간이 맞아 함께 어제 다녀오게 되었다. 어제는 41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하여 고향 선산에도 들러 부모님 산소에 성묘도 할 겸 우리 가족이 오랜만에 팔공산 갓바위를 향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집에서 내비게이션으로 예상 도착 시간을 보니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았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 버스로 다닐 때보다 승용차를 타고 가니 편하고 조금 빠른 것 같았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신대구 부산고속도로를 타고 막힘 없이 달려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구씨네 식당에 도착했는데, 외출 중이라고 하여 곧바로 약사암 주차장으로 갔다.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참배객이나 등산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좁은 주차장에도 주차된 차가 몇 대가 없었다. 화창한 날씨에 기온도 올랐을 것 같은데 높을 산속이라서 그런지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다.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시내에서 보던 하늘보다 훨씬 파랗게 보였고, 녹음이 우거진 초록색 나뭇잎과 어우러져 눈이 시원하고 마음까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약사암이 가까워지니 독경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마음이 고요해지고 잡념들이 사라지면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래서 고즈넉한 산사를 찾으면 마음이 정갈해진다고 하는가 보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할 정도로 환경에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첫째도 오랜만에 찾아온 팔공산과 약사암에 들어서니 마음이 편안한 듯했다. 첫째는 약사암에서 예불을 드리기로 하고 애들 아빠와 함께 약 1.1km의 산길을 올라 팔공산 관봉 갓바위 부처님 계신 곳으로 향했다. 코로나 19 이전에 자주 다닐 때는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르내렸었는데, 그동안 운동 부족인지 힘이 부치는 것 같았다. 애들 아빠가 나무 지팡이를 하나 장만해줘 그것을 집고 올라가니 훨씬 오르기가 나았다. 선본사 대웅전까지 오르니 참배객들이 조금 보였고, 관봉에 오르니 제법 많은 참배객들이 갓바위 부처님 앞에서 108배를 올리거나 불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고 있었다. 우선 가지고 간 공양미를 올리고 108배를 올렸다.
연등이 빼곡히 걸린 갓바위 부처님 앞 광장은 조용한 가운데 진심으로 소원을 비는 기도의 바람만이 가득한 것 같았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각자마다 나름대로의 어려움과 아픔이 있겠지만, 마음 하나만 비우고 탐진치에서 벗어나 살 수만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텐데, 그 마음 비우는 것이 쉽지 않으니 언제나 시비 분별에서 허덕이고 과거의 일들과 인연들에 얽매여 힘든 삶을 자초하는 것 같다. 하늘에 자유로이 떠다니는 구름처럼, 막힘없이 스쳐가는 바람처럼 있는 그대로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살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랜만에 찾은 갓바위 부처님께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