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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언제 봐도 멋진 밤 매화

by 감사화 2022.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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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도 며칠 남지 않은 토요일이다. 어제 오후 둘째가 갑자기 내일 새벽에 출발하여 오전 일찍 도착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바빴다. 용케 어제 오전 부전시장에 들렀다가 갈비찜 거리를 사 와서 다행이라 여기며 자가용을 타고 온다고 하기에 안전 운행해서 오라는 당부를 하고는 설 명절 차례상에 빠진 것이 없는가 챙겨보았다. 어제 일부는 준비를 했지만 아직도 구입해야 할 것이 제법 있었다. 새벽 6시가 조금 지나 둘째가 도착하였는데, 밤중이라 고속도로가 원활하여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밝은 표정이어서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부모에게 자식이라는 존재는 함께 있어나 멀리 떨어져 있으나 항상 염려하면서 건강하게 잘 되기를 바라는 대상이다.

혼자 외지에서 명절을 보내면 쓸쓸하기도 하겠지만, 챙겨 먹는 음식이 변변찮을 것 같아서, 멀지만 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느닷없이라도 와주니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여하튼 며칠이라도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나고 마음이 놓인다. 친구를 좋아하는 둘째는 집에 오면 집에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하루에 한 끼라도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성스럽게 장만한 음식을 먹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늘도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난다고 준비를 해서 나갔다. 남은 애들 아빠와 첫째와 함께 평소처럼 저녁식사를 간단히 마치고는 산책 핑계를 삼아 동아대 승학캠퍼스의 밤 매화를 보러 다녀왔다.

아직도 차가운 바람이 뺨을 얼얼하게 하기만 한창 매서울 때에 비할 바는 아니다. 조금 빠르게 걸어가니 이내 바깥 기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먼저 백매나무에 들러니 백매가 며칠 전보다 더 많아 피어나 만발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향기가 코를 찔렀다. 어두운 밤인데도 또렷하게 백매의 도도한 자태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백매의 그윽한 향기에 취하고 백매의 흰나비 같은 순수함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만첩홍매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밤에 만첩홍매를 본 기억이 나지 않아, 만첩홍매의 밤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흑백의 대비를 고려하면 백매가 더 고상할 것이라 여겼는데, 의외로 만첩홍매가 밤 자태는 일품이었다.

<캄캄한 밤을 수놓고 있는 순백의 백매>
<화사하게 피어난 백매>
<언제 봐도 신비롭기까지 한 밤의 백매>
<낮보다 밤이 더 고혹적인 만첩홍매>
<흑백보다 흑홍이 더 화려한 만첩홍매의 자태>
<어둠 속에 활짝 피어난 만첩홍매>
<눈부시게 아름다운 만첩홍매>
<어둠 속의 화사한 빛 같은 만첩홍매>

이렇듯 낮에 보는 매화(백매와 만첩홍매)도 아름답고 화사하여 눈이 부시지만, 밤에 보는 매화는 그윽한 향기 이상으로 곱고 매혹적이다.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백매의 하얗게 피어난 꽃잎은 낮에 보는 꽃잎보다 훨씬 청아해 보이고, 만첩홍매의 분홍 꽃잎은 더욱 화려하고 고혹적인 것 같다. 만첩홍매의 밤 자태는 아름답기 그지없었지만 향기만큼은 백매가 더 그윽한 것 같았다. 밤 9시가 지난 시각이라서 사방은 캄캄한 가운데 백매와 만첩홍매의 아리따운 자태와 그윽한 향기를 감상하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믐이 가까워서 그런지 하늘에는 별들만 띄엄띄엄 반짝이고 있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봄을 알리는 매화와 함께 한 잠깐의 시간은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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