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한껏 오른 초여름 같은 봄날 토요일이었다. 오전에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시내로 나가 백화점 등을 둘러보면서 쇼핑을 하고 왔다. 점차 코로나 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시내에는 많은 시민들이 붐비고 있었다. 음식점에도 거리두기 없이 편안하게 먹거리를 시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몇 가지 옷가지와 신발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잠깐 숨을 돌리고는 이내 뒷산 약수터로 올라가 약수를 길러왔다. 약수터 가는 길목에 지난번에는 꽃봉오리만 맺혀 있던 죽단화(겹황매화)가 막 피어나서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았다.
어릴 적 고향집 우물가에 이맘때면 어김없이 곱게 피어나 샛노란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자태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죽단화를 매년 약수터에서 감상을 해왔는데, 몇 년 전 텃밭에 옮겨 심었더니 지금은 텃밭에도 제법 가지를 불려 꽃이 피면 고향집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아직 텃밭의 죽단화는 꽃망울도 맺지 않는 상태였는데, 약수터의 죽단화가 더 빨리 피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황매화는 꽃잎이 홑잎으로 피지만 죽단화는 꽃잎이 겹겹으로 피어난다고 하여 죽단화 또는 겹황매화라고 부르고, 꽃말은 숭고와 기다림이라고 한다.
약수터 가는 길목에 있는 죽단화는 이제 막 피어나고 있기 때문에 활짝 핀 꽃보다는 꽃봉오리가 맺힌 것들이 더 많았지만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꽃망울이 더 애절하고 멋스러움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무슨 꽃이나 활짝 피어나 있다는 것은 얼마 있지 않아 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별과 서운함이 함께 보이는 듯하여 아쉬움이 있다. 그렇지만 꽃봉오리는 활짝 피기 직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활짝 피기까지의 기다림과 꿈이 느껴져 생동감과 함께 기대까지 곁들여져 힘이 느껴진다. 그만큼 피어나려고 하는 꽃과 피어나버린 꽃과의 차이는 상당한 것 같다.
다음은 한국식물화재도감에 나오는 죽단화에 대한 내용이다.
죽단화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 황매화의 변종으로 정원수로 이용된다. 높이 2m 정도 자라는 관목으로 줄기는 녹색이며 줄기 중심부에는 하얀 솜층의 수(髓)가 굵게 있다. 줄기는 지면의 한 뿌리에서 여러 대가 나와 군생한다. 잎은 녹색으로 좁은 난상 타원형이고 끝은 뾰족하며 호생한다. 잎 크기는 길이가 4~7㎝, 폭은 2~3.5㎝ 정도로 잎 가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새싹은 봄에 나오고 4월 말부터 5월에 걸쳐 황금색의 작은 꽃들이 겹으로 엽액에서 단생한다. 꽃의 크기는 2~4㎝로 열매는 없다. 원산지는 일본으로 1속 1종이 나며 한국에는 2변종이 난다.
<출처 : 죽단화 (한국화재식물도감, 하순혜, 탕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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