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20분 정도 지연 되어 오후 1시쯤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오키나와를 행해 날아올랐다. 오래 전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귀가 멍멍해지는 경험이 있었는데 애들 아빠가 입을 조금 열고 있으면 나을 것이라는 말이 기억이 나서 입을 조금 열고 있으니 다행히 귀속이 당기는 듯한 거부감은 덜한 것 같았다. 비행기가 정상 궤도에 오르자 기장으로부터 현재 고도(10,900m)와 비행 속도(907km/h) 그리고 오키나와의 기상(비가 내리고 있음)과 오키나와 나하공항까지 소요되는 시간(2시간 정도) 및 도착 예정 시각(오후 3시 20분)에 대한 안내 방송이 있었다. 이 정도로 높이 올라 고속으로 날아가고 있는데도 마치 정지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미 비행기 아래쪽은 솜털같은 하얀 구름뿐이었고, 윗쪽은 새파란 하늘만 보였다.
저가 항공이라서 그런지 중간에 물만 무료이고 오렌지 쥬스 등 나머지는 모두 유료였다. 승무원들이 바지런하게 비즈니스 업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새벽(?)부터 서둘러 나와서인지 눈꺼풀이 자연스럽게 무거워지면서 잠깐 눈을 붙였나 했는데 벌써 나하공항에 곧 도착할 것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창문을 통해 점점 가깝게 오키나와가 눈에 들어왔고, 마지막날 묵을 세나가지마(瀬長島) 호텔 전경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오키나와까지 늘 아주 멀게 느껴졌는데, 비행기로 오니 KTX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는 시간 정도로 올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게 한 번은 오키나와를 둘러봤으면 하던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였다. 그렇지만 33년 전 일본에서 3년 정도 생활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다지 긴장은 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밟는데, 미리 Visit Japan Web에서 PCR 검사 확인서를 등록하면서 입국 신고서와 세관 신고서는 제출된 상태여서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고 일행들과 함께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 보낸 짐만 찾아 공항 바깥으로 나왔다. 기장이 안내 방송으로 나하공항에 비가 내린다고 했었는데, 이미 비는 그쳐 잔뜩 흐려 있었다. 우선 예약해 놓은 렌트카점으로 대기하고 있던 셔틀을 타고 이동했는데, 마침 퇴근 시간(?)과 겹쳐서인지 아니면 도로가 좁아서인지 5km도 되지 않는 거리를 거의 2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나하공항은 도심과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중소도시와 흡사했고, 높은 건물도 거의 없었다. 예약해 놓은 렌트카 두대에 나누어 타고는 첫날 숙박할 호텔로 이동했다. 렌트카점에서 그리 멀지 않아 15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나하 시내 호텔에서 체크인 수속을 밟으면서 숙박료를 바로 지불하고 묵을 방도 각각 배정을 받았다. 저녁 식사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각자 배정된 방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 6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늘은 여전히 잔뜩 흐려 있고 간간이 비가 부슬부슬 뿌리는 것 같았다. 호텔에서 도심에 있는 국제거리(國際通り)까지는 1km도 되는 않는 거리라서 걸어 이동하면서 거리 구경도 하고 저녁 식사할만한 곳도 찾아보기로 했다. 국제거리쪽으로 다가갈수록 차량 수도 많아졌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느 관광지와 다르지 않게 음식점들과 가게들이 길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모두들 점심식사를 일찍 해서인지 저녁식사할 곳부터 찾았다. 결국 스테이크가 낫다고 하여 스테이크 하우스 88점으로 갔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쪽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급조된 선발대를 가동하여 2층이 아닌 지하쪽에 바로 자리를 잡아 스테이크와 오키나와 맥주인 오리온 생맥주를 곁들여 오키나와에의 입성을 자축하는 만찬을 즐겼다. 처음에 가게에서 오리온 맥주를 권해 일본에 오리온 맥주도 있었던가 하며 모두들 의아해 했었는데, 알고보니 오키나와에서 주로 마시는 맥주가 오리온 맥주라는 것을 알고 그것으로 결정했다. 적당하게 배가 부르고 보니 좀더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전통 시장도 있었는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특이한 것은 바다 포도(海ぶどう)라는 해산물이었는데, 다음 날 호텔 아침 뷔페에서 맛(짭짤한 맛)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외국인들이 선호한다는 면세점인 돈키호테가 있어 거기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는 일행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일행은 다른 쪽 거리를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시간 정도 뒤에 다시 모두 모여 선술집에서 간단하게 맥주라도 한 잔 더 하자는 의견이 있어 열 명이 들어갈 곳을 찾으니 의외로 적당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괜찮을 듯한 한 곳에 문의를 하니 다섯 명까지는 입장이 되는데 열 명은 무리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편이점에 들러 맥주와 안주를 구입해서 함께 얘기를 나눌 곳을 찾아보자고 해서 호텔로 돌아왔지만 열 명이 모여 얘기를 나눌 곳이 없어 구입한 것들을 나누어 각자 방에서 부부간에 오붓한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모르긴 해도 모두들 오키나와 여행에 나선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느라 피곤해서 빨리 쉬는 것이 낫다고 여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둘째날의 스케줄을 보니 만만한 일정이 아니어서 더더욱 가능한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오키나와의 첫날은 이렇게 저녁 한끼로 소박하게 마무리를 했다. (계속)
참고로 오키나와현 홈페이지 어린이랜드에 올라와 있는 오키나와 역사와 현황 등을 간단히 알아보도록 한다.
(1) 오키나와 역사
옛날, 오키나와현(沖縄県)은 유구(琉球, りゅうきゅう)라고 불리던 하나의 나라(왕국)였다. 1429년 쇼하시(尚巴志, しょうはし)라는 인물이 각지의 유력자들을 하나로 묶어 통일했다.
수리성(首里城)을 왕국의 중심으로 한 유구국은 왕성하게 중국이나 일본, 아시아 여러 나라와 왕래하면서, 다양한 물품들을 거래했다. 그 당시 나하(那覇)항은 해외에서 운반된 물품과 외국인들이 넘쳐났고, 이때를 "대교역시대(大交易時代, だいこうえきじだい)라고 불리고 있다. 유구국은 "레키오"라는 이름으로 포르투칼의 자료에도 기록되어 있다.
1609년, 유구국은 사쯔마한(薩摩藩, さつまはん=지금의 가고시마현, 鹿児島県)으로부터 침공을 받았다. 마침 일본에서는 쇼군(将軍, しょうぐん)을 정점으로 한 나라였던 에도막부(江戸幕府)가 시작되었던 때였다. 이때 유구국은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아, 더욱 특색 있는 문화를 키워 나갔다.
메이지시대(明治時代)가 되면서 450년 간 계속되었던 유구왕국은 멸망하게 되고, 유구국은 오키나와현(沖縄県)이 되었다. 또한 태평양전쟁이 끝나가던 1945(昭和20)년 3월,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했다. 격렬한 전쟁이 치러졌고, 오키나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약 10만 명으로 불어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것이 오키나와전(沖縄戦)이다.
전쟁이 끝나고 1972년(昭和47)년 5월 15일 일본에 복귀될 때까지 오키나와는 미국의 통치가 27년 간 계속되었다. 그 동안에 미군기지가 건설되고, 지금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일찍이 유구국으로서 번영을 누렸던 역사와 문화는 지금도 우리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부터의 밝은 오키나와를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역사를 알고, 그것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명소인 수리성(首里城)은 2019년(令和元年)에 화재로 정전(正殿) 등 8개의 건물이
소실되었고, 2026년(令和8年)까지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2) 오키나와 현황
- 오키나와 위치와 면적
오키나와는 일본 큐슈 남단으로부터 약 685㎞ 떨어진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약 2,281㎢로 동경도(東京都, 2,188㎢)보다 조금 크며, 동서 약 1,000km, 남북 약 400km 정도이다. 일본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 중에 면적 순위가 44위이다. 오키나와에는 160개의 섬이 있고, 그 중에 오키나와본섬(沖縄本島, おきなわほんとう), 미야코지마(宮古島, みやこじま), 이시가키지마(石垣島, いしがきじま), 이리오모테지마(西表島, いりおもてじま) 등 47개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 (2018년 현재, 오키나와본섬과 다리 등으로 연결된 섬까지 포함)
- 오키나와 인구
2018년 10월 1일 추계 인구는 약 144만 명이고, 오키나와현 면적으로 보면 1㎢당 약 635명이 살고 있다는 계산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나하(那覇, なは)시로 약 31만 명이다.
- 오키나와 기후
오키나와는 1년 내내 기온이 따뜻하고, 한겨울에도 섭씨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1년 평균 기온은 섭씨 23.1도이고,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연평균 100일 이상이 되는 해도 있다. 특히 나하(那覇, なは)시에서는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를 넘는 달이 8개월 계속된다. 태풍은 주로 6월에서 10월 사이에, 연평균 7 ~ 8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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