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으로 삼월 열아흐레날이면서 5월 둘째 주 월요일인 어버이날이다. 이틀간 제법 많은 비가 내린 뒤 활짝 개인 아침은 화사하기까지 했다. 지난 주 금요일 갑자기 둘째로부터 토요일 밤에 집에 갈거라는 연락을 받고, 비도 오고 하니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괜찮다고 하면서 토요일 밤 늦게 집에 도착했다. 그 다음 날이 일요일이고 월요일은 또 직장에 출근해야 할텐데 반가운 마음과 함께 걱정도 되었다. 하룻밤만 자고 먼길을 가려면 피곤하지 않을까 했는데, 월요일은 연차를 냈다고 해서 직장에 뭔가 잘못된 일이라도 있나 싶어 가슴이 덜컥했다. 그래서 넌지시 떠 보았는데 아무 일도 없다고 해서 한순간 괜한 노파심으로 가슴만 쓰러내렸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붙임성이 좋아 친구들이 많고 다정다감했는데, 사춘기를 거치면서 경상도 특유의 사내로 확 바뀌고 말았지만 심지만큼은 깊고 배려심도 좋다. 어버이날이라고 연차까지 써가면서 집에 와준 마음만으로도 얼마나 갸륵하고 고마운지 가슴이 찡했다. 첫째도 착하고 진실하여 아빠와 엄마의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 늘 듬직하고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두 남매들이 모나지 않고 착하게 자랐고, 앞으로 각자 가정을 꾸려 자신들만의 행복한 삶을 살아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꽃이나 케익 등은 하지 말고 함께 오붓한 시간을 가지면 된다고 미리 말을 해둬서 언질한 그대로 집밥으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집안은 부룬펠시아 꽃향기가 가득하고 가족들이 모두 함께 하는 어버이날이라서 더욱 행복이 가득한 것 같았다. 둘째가 직장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오늘 저녁은 모처럼 외식을 하기로 했다. 가까운 중식당에 예약을 하려 하니 남은 좌석이 거의 없다고 해서 원하는 창가나 독방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겨우 좌석을 예약하고는 시간에 맞춰 가서 단품 2개와 각자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주문을 했다. 작년에도 한 번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메뉴로 주문했다. 그때도 양이 많다고 여겼는데, 이번에도 양이 과한 것 같았다. 다음에는 단품 하나에 각자 식사를 시키거나 아니면 단품 2개에 2인분만 시켜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첫째가 식대를 내겠다고 먼저 계산대로 갔다. 그러자 둘째가 뭔가 꺼내더니 애들 아빠와 나에게 하얀 봉투를 하나씩 건네면서 얼마 안 되지만 용돈이라고 했다. 얼떨결에 받으면서 어버이날 선물로 용돈이 1순위라고 했던 매스컴들의 보도가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외지에서 혼자 지내기도 어려울텐데, 일부러 어버이날이라고 연차까지 내고 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용돈까지 듬뿍(액수는 비밀임) 안기고 가서 미안하기도 하도 고맙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우리 아들 하나는 잘 낳았다."고 두 번이나 연거푸 말하니 둘째가 머쓱하게 웃고 애들 아빠와 첫째까지 덩달아 웃었다. 그렇지만 곧바로 둘째가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모들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자식들이 어디에 있더라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돈도 좋지만 자주 연락을 하고 시간이 되면 찾아와 얼굴을 서로 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위안이고 행복인지 모른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자식일 때는 거의 잘 모르는데, 우리집 첫째와 둘째는 다른 집 자식들보다 더 부모를 생각하고 위하는 것 같아 늘 뿌듯하고 대견할 따름이다. 그래서 첫째와 둘째가 오면 몸이 좀 힘들지더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들여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능한 많이 장만하려고 애를 쓴다. 조금 전에 둘째가 잘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어버이날인 오늘도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또 추억속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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