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이 지나고 나서부터 기온이 차츰 올라가면서 오늘은 완연한 봄기운이 돈다. 오후에 뒷산에 약수를 길으러 갔는데 햇살이 아주 따사로워 4월 초순 같았지만, 뿌연 미세먼지로 멀리까지 보이지 않았다. 일요일이고 날씨가 포근하다 보니 가족들이 함께 산행을 하는 모습들이 많이 눈의 띄었다. 봄이 이렇게 순식간에 찾아왔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코앞인데도, 코로나 19로 꽁꽁 얼어붙은 경기는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모두들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혈세를 나눠줘 오는 4월 7일 있을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의 시장 보궐선거에 승부를 건다는 말들이 무성하니 왜 정권을 잡았는지 나중에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암울하기만 하다.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날도 가족들이 모두 모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추석 때도 부모들은 자식들과 손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다가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몰라도 자식들에게 제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선전을 하던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번 설날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 이제 코로나 19 때문에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이산가족처럼 살아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추석 때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100명 대였는데, 지금은 300명 대라서 더욱 위험하다고 하니 부모들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울상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 19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했기에 추석 때에 비해 3배가 늘었는지 국민들은 아무도 모른다. 무조건 사회적 거리두기만 하라고 한다.
일부에서도 제기하고 있지만, 왜 5명 이상이 모이면 안 되는지 그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서울은 아직도 밤 9시가 되면 영업을 못하게 하는데, 밤 9시부터 영업을 못하게 하면 괜찮고 밤 10시는 왜 안 되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하지도 않고 무조건 인원과 시간을 정하고 그렇게 하라고 하면 해야 하는 구시대적 통제를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국민들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고 그렇게 따라 달라고 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처음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였다면 바로 잡을 생각은 않고 억지로 꿰맞추려고 하다 보니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비단 코로나 19 대응만이 아니라 안보, 경제, 교육, 정치, 인사 등 모두 똑같다.
심란한 마음에서 저녁을 들고나서 근처 교정을 한 바퀴 산책을 하고 왔다. 일전에 야매(夜梅)라고 하면서 한 번 올렸던 그 백매한테 또 들렀다. 이전보다 많은 백매를 피우고 있는 모습은 밤인데도 화사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감미로운 향기까지 지피고 있어 한참을 매료되어 매화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세상 일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가로등 불빛에 은은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매화를 보니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밤 9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지만 인적도 끊어져 혼자 매화나무를 빙글빙글 돌면서 매화에 취해 보았다. 그러다가 지난번 매서운 강추위로 꽃들이 시들었던 애기동백 쪽으로 가봤는데, 다시 한 두 송이 분홍색 꽃을 곱게 피우고 있었다. 동백이 춘백으로 다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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