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운동도 할 겸 점심 식사를 하고는 곧장 뒷산 약수터로 향했다. 한낮이 되니 제법 기온이 올라가 따사로운 햇살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약수터로 가는 시각은 보통 오후 4시 이후였는데, 오늘은 오후 2시가 조금 지나 출발하다 보니 약간 어색하기도 했다. 평소처럼 약수터로 향하는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서 심호흡을 하며 맑은 공기를 아랫배까지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였다.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눈과 귀 등 바깥으로 노출되어 있는 몸의 부위들까지 산림욕을 하듯 땀구멍을 통해서도 피부 호흡을 한다고 생각하며 걸었다.
한참을 그늘 진 약수터 가는 길을 따라 걷는데, 이틀 전까지 여름 동안 무성히 자라 걸어다니는데 거북하게 여겼던 잡초들이 제거되어 있었고, 거기에다 갈퀴(갈고리)나 빗자루로 쓴 듯 너무 말끔하게 손질이 되어 있어 딴 길 같았다. 그래서 누가 이렇게 약수터 오가는 길을 깨끗하게 정리했는지 궁금해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갈퀴나 빗자루 또는 낫이나 예초기를 든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말끔하게 치워진 약수터 오가는 오솔길을 스마트폰으로 몇 장 담았다. 자주 다니는 약수터 오가는 길이었지만 잡초를 베고 말끔히 치운다는 것은 마음뿐이었다.
약수터까지 가면서 혹시 길을 말끔히 정리한 분들이 계시면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만나지를 못했다. 약수터에서 물을 긷고 잠깐 운동을 한 뒤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말끔하게 치워진 길이 계속 떠올라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수고하신 분들에게 마음으로나마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그분들과 그분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빌었다. 스스로 마음을 내어했던 아니면 구청에서 의뢰를 받아했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말끔하게 치운 것만으로도 이 길을 다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상쾌하고 발걸음이 가벼워졌을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말끔하게 치워진 약수터 오가는 길이 생각났다. 요즈음처럼 각박한 세태에 남들을 위해 수고를 해주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직 살만 한 세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 19와 대선 정국 등으로 요란하고 어지러운 나날이지만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자신이나 우리만이 아닌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별 것 아닌 일 같아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큰 감명을 주고 용기를 북돋우며 꿈을 성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불평불만을 할 시간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곧바로 실천하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더 살기 좋고 아름답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탓이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요즈음은 "내 탓이요."라는 말보다 "너 때문이야!" 하는 말을 많이 듣는 것 같다. 나만 잘 되고 잘 살기보다 너와 더불어 모두 함께 잘 되고 잘 살 수 있도록 서로 보듬고 배려하면서 원만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조금 일찍 나서 약수터를 다녀오면서 말끔하게 정리된 길을 걸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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