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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매화를 기다리며

by 감사화 202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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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성급하게도 매화가 언제 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뒷산 약수터 가는 길에 동아대 교정에서 얼른 보았던 부풀어 오른 분홍겹매화 꽃봉오리가 떠올라 어제 오후 늦은 시간에 일부러 집을 나섰다. 지난해에는 1월 초에 이 분홍겹매화가 너무 빨리 화사하게 피어난 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웠지 몰랐었는데, 올해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발걸음을 빨리 하여 찾아갔다. 그런데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아직 매화는 피지 않았지만, 며칠 전보다는 꽃봉오리가 조금 더 봉긋하게 부풀어 올라 이대로 가면 다음 주말이면 올해 첫 분홍겹매화의 눈부신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설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봤다.

<곧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은 분홍겹매화(만첩분홍매화)>

방학인 데다 새해 첫날이고 해가 저물 때라서 그런지 교정은 한산했고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아 호젓하게 여유를 가지고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며칠 겨울다운 날씨가 이어지더니 애기동백은 추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랗게 질린 꽃들을 매달고 떨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탐스런 꽃봉오리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은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어도 전혀 불평과 불만 없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 쏟아붓는 열정으로 살아가는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언제나 재고 따지면서 조금이라도 손해가 나거나 힘이 들면 자신에 해야 할 일도 하지 않으려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시든 애기동백꽃과 피어나려 하는 꽃봉오리>
<추위를 이기고 곱게 꽃을 피우는 애기동백>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고 여기지만 정작 현실과 부딪히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결정하고 마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것은 자신만의 가치관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아서라고 봐야 한다. 가치관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삶이나 어떤 대상에 대해서 무엇이 좋고, 옳고, 바람직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관점"이라고 한다. 삶의 순간순간은 모두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는데, 그런 판단과 결정의 기준 즉 잣대라는 것이 그때그때 달라진다면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임기응변식으로 판단과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관성이 없고 명확하지 않아 우유부단하게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어릴 때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

매화는 "한 평생 추위 속에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라고 할 정도로 고매한 성품과 절개를 상징하는 겨울 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매화는 봄소식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이며, 특히,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아 많이 재배하였고,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였다. 이런 매화와 같은 곧고 강직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세상이 너무 혼탁하고 어지러워 신문이나 TV 뉴스를 보기가 싫어질 정도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새해 첫날의 해넘이를 보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했다.

<장엄했던 새해 첫날을 보내고 서산으로 해가 진 뒤의 저녁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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