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둘째의 양어머니이신 스님이 계신 거제 해인정사를 오후에 다녀왔다. 둘째가 대학에 다닐 때 가족 모두 함께 한 번 다녀오고는 두 번째로 찾아뵙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동안 전화로는 몇 번 안부를 여쭙기는 했지만 직접 만나 뵙기를 뜸하게 하여 발걸음이 무거웠다. 처음 해인정사를 찾아갔을 때는 배를 타고 갔었는데, 그 사이에 거가대교와 해저터널까지 완공되어 편도 통행료가 10,000원이라 조금 비쌌지만 다녀오기는 한결 편리하였다. 다시 날씨가 풀려 봄날 같아서 거가대교를 달릴 때 다리 아래와 좌우로 펼쳐지는 겨울 바다도 한층 잔잔하고 더 푸르게 보였다.
해인정사는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데, 하루 종일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어 한겨울인데도 아직도 금관화, 설화, 골담초꽃, 애기동백꽃, 흰동백꽃, 동백꽃, 구철초, 개미취꽃, 흰연산홍 등이 철도 모르고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마치 꽃밭을 거니는 듯 곱게 핀 계절을 초월한 꽃들의 향연은 겨울을 잠시 잊어버리는 시간을 안겨주는 듯 하였다. 거기에다 난생처음 본 섣달(12월)에만 핀다는 샛노란 납매(臘梅, 꽃말은 자애, 황금매화라고도 함)는 특유한 자태도 아름다웠지만 코를 가까이 갖다 대자 풍기는 향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윽하여 취할 것 같아 단번에 반하고 말았다.
보통 매화(梅花)라고 하면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고혹적인 꽃으로 알고 있는데, 스님 덕분에 겨울이 시작되는 섣달(12월)에 피어난다는 이름의 매화인 납매(臘梅)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샛노란 납매(臘梅)의 활짝 핀 자태는 마치 샛노란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인처럼 멋졌다. 거기에다 향기는 지금까지 봤던 어떤 매화보다 향기로워 한참을 납매(臘梅)나무 곁에서 서성거리기까지 했다. 당장이라도 납매(臘梅)나무 묘목을 구입해 텃밭에 심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늘 납매(臘梅)를 본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스님의 안내로 해인정사의 대웅전 뒤편 언덕에 올라 그동안 정성 들여 심으신 동백나무, 분홍매화나무, 비파나무, 애기동백나무, 골담초나무, 연산홍나무, 거제찔레나무, 납매(臘梅)나무 등은 물론 이들 나무에서 피어난 동백꽃, 비파꽃, 애기동백꽃, 흰동백꽃, 흰연산홍, 골담초꽃 등에 납매(臘梅)에 이르기까지 소상히 설명을 해주시며 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하셨다. 그중에서 납매(臘梅)가 지금 보기가 가장 좋다(개화 시기: 12월 ~ 3월)고 하시며, 철도 아닌데 흰연산홍과 골담초꽃까지 피었다며 겨울에도 해인정사는 햇살이 비치는 시간이 길어 따뜻하고 살기에 좋다고 하셨다.
매화(梅花)를 보니 조선 중기의 문신인 상촌(象村) 신흠(申欽) 선생의 실제(失題)라는 한시가 생각이 나 함께 올린다.
失題(실제)
다음은 두산백과사전에 나오는 납매(臘梅)에 관한 내용이다.
납매(蠟梅/臘梅)는 납매과의 낙엽교목으로, 당매(唐梅)라고도 한다. 중국 원산이며 관상수로 널리 심는다. 줄기는 뭉쳐나며 높이는 2∼4m이다. 잎은 달걀 모양으로 마주나고 길이 7∼10cm이다. 표면은 꺼칠꺼칠하고 잎자루가 짧으며, 잎 끝은 뾰족하고 얇지만 딱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1∼2월에 잎이 나오기 전에 옆을 향하여 꽃이 피는데 좋은 향기가 난다. 꽃지름은 2cm 내외로 꽃받침과 꽃잎은 다수이며, 가운뎃잎은 노란색으로 대형이고 속잎은 암자색으로 소형이다.
수술 5∼6개, 암술은 다수이며 항아리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꽃받침 속에 있다. 꽃이 진 후 꽃받침은 생장해서 긴 달걀 모양의 위과(僞果)의 열매가 되고 그 속에 콩알만 한 종자가 5∼20개 들어 있다. 번식은 접목·실생·분주(포기나누기) ·삽목(꺾꽂이)·취목(휘묻이) 등으로 한다. 원예 품종이 많다.
<출처 : 납매 [蠟梅/臘梅]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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