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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치자(梔子) 수확을 마치고

by 감사화 202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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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에 들어섰다. 올해도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고 더 이상 넘길 달력도 없는 막다른 시점이다. 어제 오랜만에 넉넉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 가뭄 해갈은 충분히 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처음으로 춥다는 말이 절로 날 정도로 하루 종일 차가웠다. 어제 비가 내려 오전 일찍 텃밭에 가서 혹시 얼지 않을까 하여 무에 씌워 두었던 비닐을 걷고 비를 흠뻑 맞도록 했었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오늘 다시 텃밭에 가서 벗겼던 비닐을 다시 씌워두고는 간 김에 잘 익은 치자 수확을 마쳤다. 매년 12월 초에 치자 수확을 하는데, 작년보다는 닷새 정도 빨리 수확한 셈이다.

오후 3시쯤부터 치자 수확을 시작했는데, 바람이 세차서 더 춥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내일 아침이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고 하여 얼기 전에 치자 수확을 마칠 요량으로 한 시간 이상 걸려 세 나무의 치자를 모두 수확했다. 수확량은 작년보다 조금 적은 것 같았는데, 집에 와서 저울에 달아보니 그래도 5.5kg 정도 되었다. 올해는 집에서 쓸 정도만 말리고 나머지는 생 것으로 건재상에 넘길까 한다. 작년에 수확량이 많아 햇볕에 잘 말려 건재상에 가져갔었는데, 수확한 것을 말리지 말고 그냥 가져오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리할까 한다.

<주황색으로 잘 익은 치자>
<조롱조롱 많이도 달린 치자>
<충실하게 잘 영근 치자>

치자꽃은 6월 중순에 피는데, 큼직한 하얀색 꽃으로 꽃 모양보다는 꽃 향기가 아주 좋아 곁에만 가도 취할 정도이다. 치자 수확을 할 때마다 이해가 되는 않는 점은 치자만큼 꽃이 많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아서이다. 이렇게 많은 치가가 열리려고 하면 꽃도 이 정도로 많이 피어야 하는데, 치자나무에 매달린 치자 수만큼 꽃이 피지 않는 것 같아서이다. 주황색으로 곱게 익은 치자는 손가락으로 잡고 꺾듯이 제치면 '똑' 하는 소리를 내며 잘려져 나온다. 치자의 자체의 향은 거의 없지만 잘 말린 뒤에 칼로 반쪽을 잘라보면 속은 짙은 주황색으로 아주 곱다.

<화사하게 피어난 치자꽃 (6월 10일)>
<열흘이 조금 지나니 그새 피고 지고 있는 치자꽃 (6월 22일)>
<그윽한 향기를 지피고 있는 치자꽃>

치자는 약용, 조경용, 공업용(염색용)으로 쓴다. 성질은 차고 맛은 쓰다. 꽃향기는 리모넨 향(오렌지나 귤 등에 나는 향)이 나서 폐에 좋은 못한 것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고,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좋고, 위열로 인한 심한 입냄새 제거와 가슴 답답함, 소변을 잘 보지 못하는 증상, 억울한 마음을 식히지 못하여 생기는 열을 내리는데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어릴 적에 넘어져서 피멍이 든 부위에 치자 우린 물에 밀가루를 대직하게 어개어 감나무 잎에 싸서 밤에 자기 전에 붙인 적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노란색의 밀가루 반죽에 파란색이 배여 나왔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잘 말린 치자는 부침을 부쳐 먹을 때 치자 우린 물을 부어 고운 노란 색깔을 내는데도 쓰고, 작은 손가방이나 가벼운 여름옷(모시 등) 그리고 목도리 등을 곱게 물들이는데도 사용하고 있다. 치자 우린 물에 물들일 소재를 넣고 서너 번 진하게 물을 들이고 난 뒤에 말려서 쓰면 천연 염색이라서 더욱 운치가 있고 직접 물을 들인 것이라서 뿌듯하기도 하여 자주 가지고 다니고 입기도 한다. 노란색 하면 은행잎이 떠오르지만 치자 우린 물 색깔도 곱게 물든 은행잎 이상으로 아름답다. 올해 치자 농사도 그럭저럭 마무리가 되었다. 치자나무는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분에 넘는 결실을 줘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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