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뒷산 약수터를 다녀왔다.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고 있는데, 담벼락 아래 나뭇가지에 진한 붉은색의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얼핏 봐서 조화인가 여길 정도로 반듯하게 피어 있는 한 송이 명자꽃이었다. 어찌 철도 모르고 늦봄에 필 꽃이 늦가을에 피어났을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바꾸어 생각하니 이렇게 귀한 명자꽃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고 여겼다. 명자꽃만이 아니라 꽃봉오리도 두 개나 달려 있고, 보통 모과처럼 타원형으로 열리는 열매도 크기도 작고 원형으로 매달려 있어 봄인지 가을인지 혼동이 될 정도였다.
한참 신기한 듯 명자꽃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명자꽃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읽으려고 애를 썼지만 무언의 대화만 나누고 길을 재촉했다. 최근 기온이 따사로운 봄날 같다 보니 풀과 나무들이 계절을 착각하고 아직 때도 아닌데 새순을 돋아내고 꽃까지 피우는 진풍경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일전에 약수터 부근에서 보랏빛 제비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제비꽃 역시 철도 모르고 피어나고 있었다. 거기에다 민들레꽃도 피어 있는 것을 보았고, 아로니아꽃은 가을 내내 피어 이모작을 하는 것처럼 새파란 열매까지 맺혀 있으니 자연도 봄과 가을을 혼동하는 것 같다.
명자꽃은 어릴 적 고향의 우물가나 집 울타리 너머로 간혹 볼 수 있었는데, 꽃 색깔이 너무 고혹적이어서 꽃을 보고 있으면 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때 보았던 명자꽃은 분홍색이었는데, 적색(빨간색)과 담백색도 있다고 한다. 분홍색 명자꽃도 예쁘지만 빨간색 명자꽃은 마치 붉은 립스틱을 바른 아름다운 여인을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시골에서는 아가씨꽃 또는 처녀(처자)꽃이라고도 불렀다. 꽃다운 처녀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듯한 자태의 명자꽃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데, 늦가을에 보니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꽃말은 겸손이라고 한다.
다음은 두산백과에 나오는 명자나무에 관한 내용이다.
명자나무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산당화(山堂花) 또는 명자꽃이라고도 하며, 중국 원산으로 오랫동안 관상용으로 심어 왔다. 높이 2m 내외에 달하고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 것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양 끝이 좁아지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턱잎은 일찍 떨어진다.
꽃은 단성(單性)으로 4월 중순경에 피고 지름 2.5 ∼ 3.5cm이며 짧은 가지 끝에 1개 또는 여러 개가 모여 달리며 적색이지만 원예 품종에는 여러 가지 꽃색(분홍색, 적색, 담백색)이 있다. 열매는 7 ∼ 8월에 누렇게 익고 타원형이며 길이 10cm 정도이다. 참산당화(C. cathayensis)는 잎이 바소꼴에 가까우며 톱니가 뾰족하다.
<출처 : 명자나무 [Japnese Quince] (두산백과)>
'꽃과 풀 그리고 차 > 꽃과 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자(梔子) 수확을 마치고 (0) | 2021.12.01 |
---|---|
놀라운 효능을 가진 부추 (2) | 2021.11.23 |
철 모르는 도깨비바늘 (0) | 2021.11.12 |
첫 눈에 반한 목배풍등꽃 (0) | 2021.11.01 |
가는 살살이꽃, 오는 국화 (0) | 2021.10.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