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장 담을 약수를 긷기 위해 뒷산 약수터에 올랐다가 완연한 봄을 만나고 왔다. 아침저녁으로 꽃샘추위가 여전한 가운데 맑게 개인 포근한 오후 늦은 시간, 여유롭게 산길을 따라 오르는데 겨울 가뭄이 정말 심해 발걸음을 뗄 때마다 먼지가 폴폴 날려 이내 신발에 흙먼지가 하얗게 묻었다. 1월 중순 기상청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는 주말이 몇 번 있었지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지나갔었다. 겨울 가뭄이 두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보니 자주 하늘을 바라보며 언제 비가 내리나 혼자 중얼거릴 때가 많다. 오는 일요일에 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제발 땅이라도 촉촉이 적셔줘 새싹과 새순들이 돋아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약수터에 올라 약수를 긷고 난 뒤 운동기구 쪽으로 가서 평소처럼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면서 파란 하늘과 이미 빛깔이 다른 산과 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봄이 온다는 징후로 드는 것이 바로 빛깔과 기온 그리고 기운이라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입춘(立春)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면 하늘은 물론 산과 들 그리고 햇빛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하늘은 더 푸르고 부드러워졌고, 산과 들은 마르고 회색 위주였는데 차츰 연둣빛이 감돌고, 햇빛도 더 따사롭고 감미롭다. 그리고 겨울과는 달리 봄으로 가는 길목의 따사로움과 포근함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추위로 움츠리고 있던 몸과 마음이 봄과 함께 힘차게 기지개를 켜며 꿈과 희망을 키워 자신은 물론 만물이 생동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듯 겨울과는 확연히 다른 빛깔, 기온,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실감하면서 여기저기서 겨울에는 듣지 못하던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더욱 마음을 밝고 아름답게 해 주었고, 무리를 지어 윤무를 추고 있는 갈까마귀 떼들이 더 한가롭게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듯한 나뭇가지들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가 외로워 보이는 가운데, 커다란 참나무 가지에 나란히 다정스럽게 앉아 있는 한쌍의 까마귀는 오랜만에 화목과 행복을 동시에 전해주는 것 같았다. 어지럽고 삭막하기만 한 세상살이만 보다 저렇듯 호젓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까마귀 한쌍을 보니 우리들의 삶은 어떤가 하는 반성도 해보고 부러워지기까지 하였다.
사이좋고 행복한 부부의 상징으로 보통 원앙새를 들지만, 어제 봤던 까마귀 한쌍도 원앙새 못지 않은 금슬이 느껴졌다. 까마귀라고 하면 곧바로 효성이 지극한 새의 상징하는 여기는데 부부간의 사이도 좋은 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까마귀의 효성을 나타내는 반포지효(反哺之孝) 또는 반포보은(反哺報恩) 또는 오조사정(烏鳥私情)이라는 사자성어 그 뜻은 "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에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성(孝誠)이라는 뜻으로, 자식(子息)이 자라서 부모(父母)를 봉양(奉養)함"이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면서 까마귀보다 못한 행실을 부모에게 하는 자식들이 있다는 언론이나 방송의 보도를 볼 때면 정말 부끄럽고 민망하여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아플 때가 많다.
시대가 발전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인성도 함께 발달하고 성장하여, 사람의 도리를 다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고 평화로워진다. 그런데 세상은 반대로 시대가 발전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인성은 뒷걸음을 치는지 더 많은 범죄와 악행이 많아지는 것 같고, 더욱 각박하고 삭막한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함께 더불어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동참하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어렵고 고달프다고 해도 사람 노릇은 다하면서 살아가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이전보다 풍족하고 아쉬운 점이 더 적어진 살림살이인 만큼 더 낮은 자세로 모두 함께 더불어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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