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은 물론 강변도로나 심지어 마을 어귀 등에도 벚꽃이 만발이다. 그렇다 보니 세상이 온통 벚꽃 물결로 출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매화나 목련꽃이 낮에 봐도 아름답지만 밤에 보면 색다른 느낌을 주듯이, 벚꽃 역시 낮에 보면 낮에 보는 대로 밤에 보면 밤대로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보통 매화나무나 목련나무보다 더 큰 벚나무에 꽃들이 무리를 지어 몽실몽실 피어 있는 벚꽃은 낮에 보면 눈이 부실 정도이지만 밤에 봐도 어둠을 배경으로 더욱 화사함이 돋보여 매화나 목련꽃 못지않게 고혹적이고 매력적이다.
어제는 혼자, 오늘은 첫째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 벚꽃을 즐기기 위해 산책을 나섰다. 최근 코로나 19 방역으로 실시했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점차 완화되었다고 해도 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가까운 대학 캠퍼스의 교정에도 벚꽃이 활짝 피어 가로등 불빛 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유감없이 발현하고 있었다. 낮에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돋보이던 벚꽃들이 밤이 되니 어둠을 배경으로 또 다른 멋스러움을 전해주고 있었다. 높다란 벚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은 어릴 적 하늘을 수놓고 있던 은하수를 가까이서 보는 듯했다.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면서 화사하고 멋스럽게 피어 있는 벚꽃과 함께 있으니 별천지에 온 느낌이었다. 함께 벚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걷고 있던 첫째가 어릴 적에 벚꽃 가지를 물고 찍은 사진 이야기를 꺼냈다. 그 사진에 첫째가 가지를 물고 있던 꽃도 벚꽃이었느냐고 물었다. 30년이 훌쩍 지난 사진이지만, 일본 유학을 따라갔을 때 벚꽃이 활짝 핀 우에노(上野) 공원에 벚꽃 구경을 갔다가 애들 아빠가 찍었던 사진으로 아주 참하게 나온 사진이어서 금방 기억이 났다. 일본 벚꽃도 아름답고 많이 피지만, 우리나라 벚꽃도 못지않게 많은 곳에서 피어나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남부지방은 벚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주가 되면 차츰 활짝 피어났던 벚꽃들이 꽃눈처럼 내리기 시작할 것 같은데, 피어난 모습도 아름답지만 바람에 눈처럼 떨어지는 모습 역시 뒤지지 않는다. 우리들의 삶도 꽃과 다름이 없는 것 같아 무상함을 느낀다. 꽃봉오리가 피어날 때의 부푼 꿈들이 활짝 피어나면서 생을 한껏 즐기다가 어느 순간에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한 생을 마감하듯이, 우리들의 삶도 긴 세월을 두고 똑같이 변화하면서 오고 가는 것 같아서 이다. 모처럼 혼자 그리고 첫째와 함께 즐겨본 밤 벚꽃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좋은 기분은 오래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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