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팔공산 관봉 갓바위에 갔다가 우연히 화분으로 진열되어 있는 화려한 미니 달리아꽃을 원 없이(?) 보게 되었다. 어릴 적에 봤던 달리아꽃은 교정의 화단(꽃밭)에 훌쩍 키가 큰 가장 가리가 흰색이고 안쪽이 분홍이나 빨강인 달리아꽃이 대부분이었다고 기억이 나는데, 앉은뱅이 같은 자그마한 미니 달리아꽃이 화분에 화려하면서도 앙증스럽게 담겨 활짝 피어난 모습을 보니 정말 달리아꽃인지 물을 주고 있는 보살님께 문의까지 했었다. 역시 달리아꽃이라는 답을 듣고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미니 달리아꽃을 팔공산 관봉 갓바위에서 보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려한 연등 아래 ㄷ자 모양으로 반듯하게 놓인 많은 화분들에는 가지각색의 미니 달리아꽃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멋지게 피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자주색, 분홍색, 혼합색 등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조금씩 다른 미니 달리아꽃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으니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 몰라 몇 바퀴를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미니 달리아꽃을 스마트폰에 담아보았다. 어떤 미니 달리아꽃은 얼른 봐서 연꽃을 닮은 것도 있었고, 막 꽃봉오리에서 피어나는 자태도 보였다. 한참을 미니 달리아꽃을 감상하면서 잠깐이었지만 미니 달리아꽃에 홀딱 빠져 어릴 적 때로 돌아간 듯했다.
갓바위 부처님 앞에 놓여 있던 화분의 꽃도 미니 달리아꽃이었는데, 아마 연꽃과 비슷하다고 하여 진열해 놓은 것이 아니었나 추측을 해본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식물(세속에 살면서도 혼탁한 세상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삶을 추구하는 대상으로 여김)로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온 식물이라고 한다. 특히 불교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연꽃을 들어 보이자 제자 가섭이 미소를 지었다는 의미의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微笑)에도 연꽃이 나오고, 사월 초파일에 사찰의 전각이나 곳곳에 거는 연등 역시 연꽃 모양이라는 점 등 연꽃은 불교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미니 달리아꽃 화분은 싼 것은 5,000원 정도에서 비싼 것은 30,000원까지 하는 것들도 있었다. 몇 년 전에 달리아 꽃씨를 구입해서 텃밭에 심어 꽃을 보았는데, 미니 달리아꽃도 관상용으로 괜찮을 것 같았다. 보통 기억하고 있는 달리아꽃이라고 하면 키가 작아도 50cm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아, 다시 씨앗을 구입한다고 해도 미니 달리아가 아닌 큼직한 달리아 꽃씨를 구할까 한다. 한두 포기의 달리아꽃이라도 늘씬하면서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며 더 멋스러울 것 같아서이다. 무엇이나 어릴 적 기억들이 일상의 많은 결정을 할 때 영향은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향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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