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향기가 산과 들에 가득 그윽하게 퍼지고 있다. 지난주 시골을 다녀올 때 처음 찔레꽃을 보았는데, 오늘 아침 뒷산 약수터 가는 길에 보니 군데군데 찔레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나 그 향기가 사방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새벽에 가랑비가 뿌렸는지 아니면 아침 이슬인지 모르겠지만, 물기를 머금고 화사하게 피어난 찔레꽃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피어난지 조금 시간이 지난 찔레꽃은 새하얀 색이지만 찔레꽃 꽃봉오리는 연분홍색이고 막 피어나는 찔레꽃도 꽃잎 가장자리에 옅은 분홍색을 띠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어떤 꽃이라도 꽃도 예쁘지만 꽃봉오리가 더 곱고 아름다운 것 같다.
이른 아침이라 오가는 등산객들도 없는 가운데 호젓하게 찔레꽃과 마주하고 있는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고즈넉하고 평화스러웠다.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인지 바람소리도 새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오직 찔레꽃이 들려주는 지난날의 고향 이야기만 향기와 함께 소리 없이 전해오는 듯했다. 코를 찔레꽃 쪽으로 가까이 가져가 향기를 맡으니 취할 것 같았다. 산과 들 어디서나 쉽게 마주치는 찔레꽃은 장미꽃처럼 일부러 집에 옮겨다가 심어 기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진짜 자연 속에서 자연 그대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정감이 가고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찔레꽃이 하얗게 산과 들에 수를 놓으면 이내 여름으로 접어들 때가 되었다고 봐도 된다. 찔레꽃은 장미꽃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순수한 모습과 그윽한 향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꽃은 어떤 꽃이라도 나름대로의 멋스러움이 있고 독특한 향기가 있으며 보는 사람들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화려한 장미꽃보다 단색의 찔레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찔레꽃을 보면 한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인을 보는 것 같아 친근감이 더 가고, 멋스러움도 있으며, 찔레꽃의 향기는 마치 고급 향수를 뿌린 듯하다.
우리 생활 속의 나무에 나오는 찔레꽃에 관한 내용을 도움이 될까 하여 옮긴다.
찔레꽃이 피고 난 뒤 "가을이 되면 팥알만 한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달리는데 이것을 영실(營實)이라 하여 약재로 썼다. 여자들의 생리통, 생리불순이나 신장염 치료에 효험이 있는데 8 ~ 9월쯤 열매를 따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달여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찔레 뿌리는 산후통, 부종, 어혈, 관절염 치료에 좋고, 뿌리에 기생하는 찔레버섯은 어린아이 경기, 간질 치료에 최고의 묘약일 뿐 아니라 각종 암 발생을 억제하는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찔레순을 흑설탕이나 꿀과 함께 발효시켜 먹게 되면 성장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게 되고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라고 한다.
<출처 : 찔레꽃 (우리 생활 속의 나무, 2008. 3. 25., 정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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