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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지

난생 처음 심어 수확한 코끼리 마늘

by 감사화 202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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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쯤 안동에 사는 초등학교 동기집에 친구 몇 명과 함께 들렀다가 배추와 생강 등은 물론 우리나라 토종 마늘이라는 말만 듣고 텃밭에 심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이름조차 모르는 마늘 종자(통마늘) 9개까지 얻어왔다. 그러고는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언뜻 생각이 나서 일반 마늘을 파종하는 시기보다 한 달 이상 지나서 산내 텃밭에 일반 마늘 파종했던 자리 옆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 얻어온 마늘 종자들을 심었다. 그리고는 겨울이라 텃밭에 자주 가지 못해 마늘 종자들을 심은 사실도 모르고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고 한 달 이상이 지난 어느 날 산내 텃밭에 들렀다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싹부터 거대한(?) 색다른 코끼리 마늘과 만나게 되었다. 자라난 줄기부터 일반 마늘의 서너 배는 충분히 될 정도로 견실하고 두툼한 자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이 정체불명의 마늘 종자의 이름조차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마늘 종자만으로 이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관심이 그 만큼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

<2024년 1월 9일, 처음 보는 코끼리 마늘의 새싹들>
<확대시켜 본 코끼리 마늘의 새싹>
<비교를 위해 같은 날 한 달 이상 일찍 파종했던 일반 마늘>

새싹이 돋아나고 두툼한 줄기가 뻗어나면서 여기저기 이름을 수소문해 보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그 정체불명의 마늘 종자들의 이름이 코끼리 마늘(달리 웅녀 마늘 또는 곰마늘, 대왕 마늘, 황제마늘, 무취마늘이라고도 함)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늘 뿌리의 크기가 보통 마늘의 10배 정도 크기라고 하여, 동물 중에서 덩치가 큰 코끼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데, 마늘 모양이 코끼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는 곳도 있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렇게 하여 코끼리 마늘을 난생 처음 만나서 그 통마늘을 심었고, 지난 주말(2024년 6월 28일) 코끼리 마늘 아홉 뿌리를 수확했다. 이름도 모른 채 코끼리 마늘을 심었고, 이름을 알고 난 뒤에는 어떻게 자라고, 일반 마늘과 어떻게 다르며, 마늘 뿌리의 크기가 정말 일반통 마늘의 10배 정도가 되는지 궁금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텃밭에 갈 때마다 유심히 지켜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수확할 때를 기다렸고, 마침내 그 많은 궁금증들이 풀리는 날을 맞았다.

<2024년 2월 18일, 코끼리 마늘의 자라는 모습>
<한달 열흘이 지난 사이 훌쩍 자라 마치 종이학처럼 보이는 코끼리 마늘>
<2024년 3월 3일, 봄을 맞아 잘 자라고 있는 코끼리 마늘>

코끼리 마늘의 종자(통마늘)는 작은 일반 마늘(탁구공보다 조금 적은 정도) 정도의 크기여서, 종자 간 약 20 ~ 30c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세 줄로 심었으니, 한 줄에 3개씩, 줄 사이도 약 20 ~ 30cm를 띄우고 심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코끼리 마늘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났고, 다른 일반 마늘들이 마늘종(경상도에서는 마늘쫑이라고 하지만 마늘종이 바른 표현이라고 함)을 내밀 때도 조금 늦게 심어서 그런지 코끼리 마늘은 아직 종이 올라오지 않았다. 안동 친구가 코끼리 마늘이 잘 자라고 있는지 안부를 물었을 때, 마늘종은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일반 마늘처럼 뽑아서 대쳐 먹으면 된다고 해서 9개 중 5개의 종을 뽑아 와서 요리를 해 보았다. 조금 늦게 종을 뽑아서 그런지 딱딱해서 연한 부분만 먹었는데, 식감이 아싹하고 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나머지 4개의 코끼리 마늘은 꽃이 핀 모습을 보려고 남겨 두었는데, 1m 이상 자라난 종 끝에 양파꽃처럼 보라색의 코끼리 마늘꽃은 비록 네 송이였지만 멀리서 봐도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좋을 듯 했다. 

<2024년 3월 27일, 이십 여일 사이에 몰라보게 싱싱한 모습의 코끼리 마늘>
<2024년 4월 13일, 양파를 배경으로 거대하게 자라고 있는 코끼리 마늘>
<2024년 5월 4일, 얼마만큼 자랄지 어림을 할 수 없이 쑥쑥 커지고 있는 코끼리 마늘>
<2024년 5월 14일, 굵다란 마늘종까지 올라온 코끼리 마늘>
<2024년 6월 20일, 기다란 마늘종 끝에 큼직하고 멋진 보라색 꽃을 피운 코끼리 마늘>
<아름답게 핀 코끼리 마늘꽃>

코끼리 마늘의 수확 시기를 몰라 다시 안동의 친구에게 문의를 했더니, 일반 마늘보다 조금 늦게 수확해도 된다고 하여 일반 마늘을 수확하고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인 지난 6월 28일에 코끼리 마늘을 수확(보통 파종하고 240일 뒤에 수확한다고 함)했는데, 정말이지 마늘 뿌리가 일반 마늘의 10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너 배는 되는 것 같았다. 모양은 마늘이었지만 크기는 꼭 꽃처럼 보통 크기의 양파만 하였다. 특이한 점은 코끼리 마늘 뿌리가 통마늘을 심었기 때문에 통마늘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한 뿌리에 쪽이 4 ~ 8개 정도 있었고,  그 쪽들 바깥 부위에 옅은 주황색의 작은 쪽들이 달려 있었는데, 그것들은 주아라고 한다고 했다. 아마도 주아는 부정아(不定芽, 어떤 이유로 잎면이나 뿌리의 일부, 그 밖에 원래는 눈이 생기지 않는 기관이나 조직에서 나오는 눈)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아닐까 한다. 이 주아를 파종하면 통마늘이 되고, 그렇게 자란 통마늘을 종자로 쓰면, 코끼리 마늘이 된다고 하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2024년 6월 28일, 수확한 날의 코끼리 마늘과 뿌리>
<큼직한 코끼리 마늘 뿌리와 주아>
<부추밭에 가지런히 정렬해 본 수확한 주아가 붙은 코끼리 마늘>
<확대시켜 본 코끼리 마늘과 주아>
<그 중에 가장 견실한 코끼리 마늘을 뽑아본 장면>
<확대시켜 본 코끼리 마늘 한 뿌리>
<올해 9월이나 10월에 파종을 위해 깨끗이 씻어 말리고 있는 주아>
<박스에 넣아 말리고 있는 코끼리 마늘>

아직도 코끼리 마늘의 파종과 성장 및 수확 등에 대해 확인해 볼 사항들이 많아 몇 년은 직접 텃밭에 심고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공부를 더 하고 파종 면적도 차츰 늘여볼까 한다. 코끼리 마늘의 씨앗으로는 코끼리 마늘의 쪽을 심는 방법과 주아를 심는 방법 및 코끼리 마늘 꽃에서 씨앗을 받아 심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곧바로 코끼리 마늘을 수확하려면 쪽을 심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다음 해에 코끼리 마늘을 수확하려면 주아를 심어 통마늘을 수확하고, 그 통마늘을 다시 씨마늘로 심으면 코끼리 마늘을 수확할 수 있을 것 같고, 씨앗으로 파종했을 때는 어떤 마늘이 수확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이번에 수확한 코끼리 마늘 한 뿌리를 오리 훈제 요리를 할 때 재료로 사용해 봤는데, 한 쪽의 크기가 보통 마늘의 반 쪽 크기만 했고, 깐 쪽 한 개를 그대로 먹을 수 없어 얇게 썰어 날 것으로 먹어도 전혀 맵지 않고 식감이 아싹했으며, 후리이팬에 약간 익혀 먹으니 양파와 마늘을 합친 듯한 아싹하면서 향도 없어 먹을만 했다.

텃밭 농사를 15년 가까이 지으면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 채소며 과수들을 심고 가꾸어 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매년 한 두 가지 새로운 식구들을 늘려나가게 되었는데, 작년에는 우연히 초등학교 친구로부터 코끼리 마늘이라는 새로운 공부거리를 선물 받아 호기심과 두근거림으로 반 년 이상을 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친구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특히 코끼리 마늘이 토종이며, 일제 시대 때 자취를 감추었다가 6.25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 미국에서 다시 우리나라로 귀환한 작물이라고 하니 반갑고 더더욱 관심이 간다. 또한 맛과 향이 일반 마늘처럼 강하지 않아 거부감이 덜하고, 항암 효과도 있고 비만에도 좋으며 신진대사 등 여러 가지 효능들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다 재배하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고 두더지나 곤충들을 퇴치하는데도 한 몫을 한다고 하니 올해는 텃밭에 더 많이 파종하고, 코끼리 마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므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코끼리 마늘에 대한 개요와 특징 및 영양 성분과 효능 그리고 조리법과 보관 등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했으니 링크를 클릭하고 이어서 읽으면 코끼리 마늘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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