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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그리고 차/꽃과 풀

매화가 피기 시작하고

by 감사화 202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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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大寒)이 지나고 나서 순식간에 기온이 섭씨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다 보니 가지 끝에 숨어 있던 매화가 철도 모르고 꽃봉오리를 부풀리더니 어느새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꿀벌들도 신바람이 나서 이 꽃 저 꽃으로 옮겨 다니며 꿀을 모으느라 분주하다. 이렇게 빨리 매화가 필 줄을 모르고 설 전에 가지치기를 마치면 된다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매화가 피고 나서 가지치기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며칠 전에 가지치기를 시작하였다가 남겨뒀던 매실나무 가지치기를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오전에 텃밭을 다녀왔다. 마침 내일 또 비가 온다고 하여 비가 오기 전에 가지치기와 퇴비 주기를 마치는 것이 좋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텃밭에 가보니 하루가 다르게 매실나무에는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매화가 핀 나무들도 제법 있었다. 아직 만발한 것은 아니지만 백매화, 홍매화, 청매화가 어우러져 가지마다 띄엄띄엄 한 두 송이씩 피어나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봄을 노래하는 듯했다. 오전이라 조금 차가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따뜻하여 가지치기 하기에는 아주 맑고 포근한 날씨였다. 소한(小寒)이 지나고 한파가 며칠 이어져서 그런지 매실나무 몇 그루가 말라있어 그것들은 다음에 와서 따로 잘라내야 할 것 같았다. 가지치기를 해보니 벌써 가지 끝까지 수분이 올라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매실나무만이 아니라 아로니아나무와 보리수나무, 가죽나무, 뽕나무, 포도나무, 배나무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매화에 앉아 꿀을 모으고 있는 꿀벌>
<화사하게 핀 홍매화>
<꽃망울을 부풀리며 피어나기 사작한 홍매화>
<고고하게 피어난 매화>

주로 애들 아빠가 하는 가지치기의 뒷바라지를 하는 정도이지만 텃밭에만 와도 힘이 부치는 것은 나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오늘은 일부이긴 하지만 매실나무에 고매하게 핀 매화를 보니 찬바람 힘들다는 생각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작년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대부분 자연적으로 피어나지만, 꿀벌들이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 속에 파고 들어가 꽃잎을 인위적으로 피우는 것도 보았다. 아직 매화가 한창 피어나는 때가 아니고 꿀벌들도 그리 많지 않아 그런 인위적인 꽃 피우기는 보이지 않지만, 작년 꿀벌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텃밭 매실나무 중에 홍매실나무는 두 그루가 있는데, 다른 매화들보다 더 곱고 아름다운데, 그 홍매화도 피어 시작했다.

매실나무를 심은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니까 어떤 매실나무는 어떤 매화가 피고 어떤 매실이 열리는지와 수확하는 시기 등을 알 정도이다. 매화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벌써 매실을 수확하는 때가 기다려진다. 우리 텃밭의 매실은 농약을 살포하지 않기 때문에 매실이 잘 생기지는 못해도 안심하고 매년 매실청을 담가 일년을 그대로 뒀다가 청에 미지근한 물을 타서 마시거나 또는 반찬을 할 때 쓴다. 매실청을 담기 위해서는 미성숙 매실(청매실), 즉 초록색일 때 따서 담가야 약성이 있고, 성숙한, 즉 익은 매실은 음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매실을 수확할 때까지는 아직 4개월 이상은 있어야 하고 그때까지 해야 할 일도 많지만, 매화를 보니 마음이 앞서 가고 있는데, 봄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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