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부터 매서운 북풍이 몰고 왔던 혹한과 칼바람도 기진맥진했던지 오늘부터 예년 기온을 되찾은 듯하다. 여전히 바깥 기온은 차갑고 바람도 쌀쌀하지만, 며칠 전의 섭씨 영하 10도 이하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비하면 따뜻할 정도이다. 그제는 추운 날씨에도 햇살 좋은 오후에 약수터를 다녀왔는데, 오늘은 정오 가까운 오전에 약수터를 올랐다. 오전인데도 햇살이 비치는 양달에는 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아 마치 봄날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큰 소나무 옆에 붙어 서 있는 비목나무에 그새 꽃봉오리가 제법 움트고 있었다. 금세 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봉긋봉긋한 꽃망울은 언제 한파가 있었느냐는 듯 부푼 가슴을 불쑥 내미는 것 같아, 벌써 봄이 온 것인가 착각을 할 정도였다.
약수터에 가보니 점심때가 가까워서 그런지 운동하러 온 등산객들이 의외로 적었다.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겨울 가뭄 때문인지 걸을 때마다 신발로 밟은 땅에서 먼지로 폴폴 날렸다. 비라도 조금 내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구름이 끼인 가운데 그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님이 방긋 웃는다. 약수터에서 물을 긷고 나서 운동기구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 평소처럼 몸의 유연성을 기르고 팔과 다리의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했다. 아직 산마루에 아지랑이까지는 일지 않지만 며칠 전과는 완연이 다른 산색으로 느껴지는 것은 봄 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는 증거이다. 약수터의 수도꼭지도 여전히 한 개만 작동하고 있고 그 주변에 얼음이 두텁게 얼어 있지만 곧 녹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갈까마귀들이 흐릿하게 비치고 있는 해님을 가로지르며 까옥까옥 소리를 내며 왔다 갔다 비행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해님과 갈까마귀를 함께 담아보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초점을 맞추어 동시에 담는 것이 의외로 쉽지가 않았다. 겨우 몇 장 해님을 두고 갈까마귀가 가로질러 비행하는 장면을 담았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비목나무 꽃망울과 함께 갈까마귀들도 부산하게 봄을 부르는 윤무를 하는 것 같아 앞으로는 큰 추위도 없을 것 같으니 봄은 그만큼 앞당겨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보니 멀리 산아래로 펼쳐 보이는 낙동강 하구언과 다대포 앞바다 역시 봄을 재촉하는 실안개로 차분하게 단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참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조금만 추워도 춥다고 난리법석을 떨다가 조금만 따뜻하면 바로 봄날 같다고 호들갑이다. 하느님이나 부처님도 여간 성가시지 않으실 것 같다. 자기들 좋은 일은 모두 들어달라고 조르고 조금이라도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왜 그리 되게 했느냐고 울며불며 하소연을 하니 말이다. 사람들의 사는 삶을 멀리서 바라보면 대부분 멋대로 말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면서 자기들 몸과 마음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몸에 문제라도 생기면 자기 탓보다 남 탓부터 하려 든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이고 만나는 생명들 역시 얼마나 귀한 인연들 인지도 모른다. 때가 되면 오는 봄도 고무줄처럼 늘였다 당겼다 하려 한다. 늘 그렇다.
다음은 비목나무에 대한 내용이다.
비목나무는 낙엽(落葉) 활엽(闊葉) 소교목(小喬木), 높이 6~7m, 직경 20~30cm이다. 나무껍질은 황백색이고 큰나무에서 나무껍질은 조각으로 갈라져 떨어진다. 잎은 가지에 호생(互生)하고 엽병(葉柄, 길이 6~10mm)이 있다. 엽신(葉身)은 도피침형(倒鈹針形)이거나 장타원형(長楕圓形, 길이 6~13cm, 너비 1.5~2.5cm)인데 밑부분은 빠르게 뾰족하고 끝부분은 뾰족하거나 좀 둔하며 변두리는 매끈하다. 앞면은 털이 없고 뒷면은 좀 긴 털이 있는데 점차 없어진다. 어린 잎의 뒷면 엽맥(葉脈)에는 털이 많다.
꽃은 4~5월경 신초(新梢)의 밑부분 엽액(葉腋)에 산형화서(傘形花序)를 이루고 담황색의 작은꽃들이 여러 개씩 피는데 단성화(單性花)이며 보통 자웅이주(雌雄異株)이다. 화경(花梗, 길이 3~5mm)과 소화경(小花梗, 길이 10~12mm)에는 부드러운 털이 있다. 꽃받침과 꽃잎은 6개로 갈라져 있으며 그 조각들은 타원형(길이 2mm)이다. 수술은 9개인데 안쪽에 있는 3개의 수술 밑부분에는 2개의 작은 선점(腺點)이 있다. 암술에는 난상원형(卵狀圓形)의 자방(子房)이 있다. 열매는 장과(漿果)인데 원형(직경 5~6mm)이며 10월경에 적색으로 여문다.
목재는 가구재로 쓰며 나무는 관상원림용으로 심는다. 씨앗으로 번식시킨다. 황해남도 해주시, 장연군, 용연군, 강령군, 옹진군 등 지역의 산기슭과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출처 : 조선향토대백과, 2008., 평화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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