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자목련꽃 꽃차를 만들어 보려고 했던 다짐이 이루어졌다. 텃밭에 심었던 자목련 나무에 제법 많은 꽃봉오리가 돋아났고, 때마침 적기에 갈 수 있어 서른 개 정도의 자목련 꽃봉오리를 채취할 수 있었다. 많은 꽃차들이 꽃봉오리로 만드는데, 꽃이 피기도 전에 꽃봉오리를 딴다는 것이 가엾은 생각도 들어 꽃차 만들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자목련꽃도 피어난 뒤에 따서 그늘에 말려 꽃잎만으로 꽃차를 만들까 어떻개 하나 망설이다가,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꽃봉오리가 매달려 꽃을 솎아낸다고 여기고(자기 합리화) 꽃봉오리를 조심스럽게 채취하였다. 처음으로 자목련 꽃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인터넷도 찾아보고 꽃차 책자도 참조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먼저 오후에 자목련 꽃봉오리를 채취한 뒤에 그늘에 두었다가 다음날 바로 꽃봉오리의 꼬투리를 제거하고 꽃잎을 인위적으로 한 잎 한 잎 조심스럽게 완전히 펼쳐 암술을 제거하고 한지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아직 꽃봉오리가 싱싱해서 꽃잎을 펴놓아도 다시 꽃잎이 말리기도 하고, 갓 따온 꽃봉오리라서 꽃잎이 빳빳하여 펼치다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펼친 꽃봉오리를 뒤집어 놓았다가 한 시간 정도 지나 바로 놓아보았다. 꽃잎이 펼치다 찢어지는 것을 보고 이틀이나 사흘 정도 그늘에 말렸다가 꽃잎을 펼치면 어떨까 해서 그리 해보니 꽃잎이 찢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꽃봉오리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펼쳐진 꽃봉오리를 그늘에서 1주일 정도 말리면 차로 우려먹을 수 있게 건조가 되었다.
그렇게 까슬까슬하게 마른 펼쳐진 꽃봉오리 하나를 유리 다관에 넣고 우려니 옅은 푸른기가 도는 자주색의 감미로운 차가 만들어졌다. 차에는 거의 향이 나지 않는 것 같으면서 연한 한약에서 나는 향기를 느낄 정도였다. 차 맛도 차 맛이지만 다관에 활짝 피어난 자목련꽃의 우아함이 더 눈길을 끌었다. 꽃봉오리로 꽃차를 만들었는데도 마치 막 피어난 자목련꽃이 되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난생처음 자목련 꽃차를 만들어 보았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자목련꽃의 꽃봉오리를 어떻게 손질하는 것이 나은지도 알게 되었고, 꽃봉오리의 꽃잎이 찢어지지 않고 온전하면서 보다 쉽게 펼치기 위해서는 채취한 뒤에 2 ~ 3일 그늘에 말린 뒤에 펼치면 된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으로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자목련 꽃차의 성질이 맵고 따뜻해서 찬 체질을 따뜻하게 해 주며 효능은 아주 다양하다고 한다. 먼저 다른 꽃가루 알레르기를 예방하고, 폐나 기관지, 알레르기 및 콧물이나 코막힘, 축농증, 비염 같은 기관지 쪽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체내에 있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두통이나 치통, 복통과 같은 급작스러운 통증의 완화에도 좋으며, 항염과 소염 작용을 통해 결막염 등의 눈 질환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차를 마시는 동안 그윽한 향과 아름다움 자태가 유지되어 여러 번 우려도 그 향과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한다. 자목련 꽃의 성질이 맵다는 것은 신진대사를 관장하는 폐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고, 거기에다 따뜻해서 체질에 무관하게 쓸 수 있다고 하니 가끔 우려 마셔 볼까 한다.
텃밭에 직접 가꾼 자목련 꽃봉오리로 꽃차까지 만들 줄은 전혀 생각도 몰했는데, 아름다운 자목련꽃도 보고 일부의 꽃봉오리로 꽃차를 만들어 그윽한 향과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피우면서 우려 마시니 아주 뿌듯하다. 매년 20 ~ 30 개 정도의 자목련 꽃봉오리를 채취하여 가족끼리 오붓하게 마시기도 하고 귀한 손님이 오시면 그때 한 잔 우려 내놓아도 아주 좋은 맛과 멋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꽃차들이 그렇지만 손이 많이 가고 그만큼 정성이 쏟으니 맛과 향 또한 배가 되는 것 같다. 비록 꽃차를 만들기 위해 피지 못한 꽃봉오리에게는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이 든다. 매화처럼 많은 꽃봉오리들이 매달려 솎아낸다고 여기면 좋은데 자목련꽃은 그렇게 많이 매달라지 않아서 더 마음이 아린다.
아래에는 텃밭의 자목련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습과 자목련 꽃차를 만드는 과정을 올려본다.
1. 자목련꽃
2. 자목련 꽃차 만들기
(1) 채취하여 꼬투리를 제거하고 가지런히 정리한 자목련 꽃봉오리
(2) 꽃봉오리의 꽃잎을 펼치면서 암술을 제거하고 한지에 놓은 모습
(3) 펼쳐진 꽃봉오리를 건조하는 과정
(4) 완성된 자목련 꽃봉오리 한 개를 다관에 넣어 우려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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