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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소소한 행복

무와 배추가 자라는 것을 보며

by 감사화 2021.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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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지방에서는 처서(處暑)를 전후하여 무와 배추를 파종(씨앗을 뿌림)하는데 지금까지 보통 8월 말에서 9월 초에 무와 배추 파종을 해왔다. 올해는 처서(處暑)가 8월 23일이어서 그 주에 들어서기 전에 무와 배추 씨앗을 구입하여 창원에 사시는 시누이와 반반씩 나누어 심기로 했다. 무와 배추를 파종한다고 하여 그냥 땅에다 씨앗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미리 1주일 이상 전에 거름을 넣고 두둑을 만들어 두었다가 적당한 시점에 씨앗을 뿌려야 무와 배추가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충실하게 자라게 된다. 무는 지금까지 신세계로, 배추는 추광이라는 씨앗을 구입하여 심었다. 매년 거름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물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그런지 다른 밭의 배추보다 크기가 작았고, 무는 뿌리가 검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농협에서 배추 모종을 한 판씩 나눠준다고 해서 조금은 안심이다. 왜냐 하면 씨앗을 뿌리고 나서 새싹이 돋으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벌레들이 어린싹을 싹둑 잘라먹어 벼려 다시 씨앗을 뿌려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란 모종으로 이식을 하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보통 배추는 모종으로 옮겨심기를 하지만 무는 모종으로 옮겨 심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농협에서 받은 배추 모종은 9월 초에 미리 마련해둔 두둑에다 옮겨심기를 했고, 그때 함께 무는 씨앗을 뿌렸다. 이미 텃밭의 다른 쪽에는 1주일 전 무와 배추 씨앗을 뿌려두었는데, 비가 자주 내려 발아가 좋지 않았는데, 무보다는 배추가 더욱 좋지 않았다.

<비가 오는 가운데 모종을 이식한 배추 두둑(오른쪽)과 파종한 무 두둑(왼쪽) (9월 6일)>
<앙증스럽게 돋아난 무(왼쪽)와 뿌리를 내린 배추(오른쪽) (9월 13일)>
<반대편에서 담아본 고구마 두둑 사이의 배추와 무>

성질 같아서는 당장 농약이라도 뿌려 벌레들이 무와 배추의 새싹을 갉아먹지 못하게 하고 싶지만 무농약 신토불이를 재배해서 식탁에 올려놓으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터라서 일부는 벌레들과 나눠 먹는다고 생각하고 벌레가 붙는 대로 조금 모양이 좋지 않아도 키우고 수확하는 재미로 지금까지 텃밭을 오가고 있다. 사실 집에서 텃밭까지 또는 시골을 오가는 차비에 반의 반도 되지 않는 채소와 과일들이지만 직접 재배한 제철 먹거리로 반찬을 만들어 먹으면 가족들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념으로 조금 힘이 들어도 운동이라고 견디면서 올해도 무와 배추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무와 배추는 김장 김치를 담글 때 가장 기본적인 재료들이기 때문에 항상 정성을 더 들이고 있다.

이러한 무와 배추를 재배하다 보면 항상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그렇게 작은 씨앗에서 어떻게 저리 큼직한 무와 배추로 탈바꿈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보통 크기의 무와 배추라고 해도 씨앗과 비교를 하면 몇 백 배에서 몇 천 배의 크기로 뻥튀기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생명의 신비로움은 아무리 관찰을 해도 그 정답을 알 수가 없고 그저 경외스럽기만 하다. 이제 파종한 무와 모종을 이식한 배추가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병충해를 이기면서 무럭무럭 자라 12월 중순쯤 김장을 담글 때는 기대한 만큼 큼직하게 자라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뒤에 있는 그대로 거둬들여 감사하게 먹거리로 삼는다는 일은 행복 중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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