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은 유별나게 화창하게 시작하였다. 맑은 가을 하늘과 신선한 공기를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아 오후에는 뒷산에 올라 약수라도 길러올까 마음을 먹고 있었다. 추석 차례를 지내면서 어질러 놓은 집안을 정리하다가 지지난 주에 담궈 놓았던 포도주를 걸렀다. 설탕을 조금 적게 넣어서 그런지 단맛이 조금 약했지만 불고기를 구워 먹을 때나 치즈 등과 곁들여 즐기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포도 4박스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에 포도알을 전부 터뜨려서 설탕과 섞어 항아리에 넣은 뒤에 두세 시간마다 충분히 저어주다가 발효가 된 것 같아 걸렀다.
그리고 나서 점심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방이 어두컴컴해지더니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침 일기 예보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는 했지만 아침의 날씨로서는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는데 이렇게 비가 퍼부었다. 어쩔 수 없이 거실에 전기불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얼마 있지 않아 비가 멈추더니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바깥을 내다보았더니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다시 햇볕이 나기 시작했다. 가을에 들어선 지가 꽤 되었다고 느껴지는데 여름 날씨처럼 이리 변덕스러운 날은 그리 흔치 않은데 오늘은 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면 벌써 추분(秋分)이고 9월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때라는 사실을 상기하니 지구 온난화가 점점 우리들의 일상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 19가 발병한지도 벌써 1년 하고도 8개월이 되었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일상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어 가는 것 같아 하루하루 버티기가 싶지가 않다. 공영 방송은 물론 종편 TV까지 24시간 코로나 19 특집 보도가 최우선이고 수시로 날아오는 안전 문자 메시지에는 하루 구별 확진자 수가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언제 코로나 19의 긴 터널을 벗어날지 모르겠지만 어젯밤 보름달을 보면 빠른 종식을 기원했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도 언제라도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쉼 없이 오고 가는데 우리들의 일상은 코로나 19로 완전히 갈 길을 잃고 방황에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도 코로나 19는 독감 정도에도 미치지 않는 치사율을 가졌다고 하면서 각자가 자신의 건강에 책임을 지고 관리하면서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무조건 통제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고 백신도 최선의 방책은 아닌 것 같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코로나 19로 혼란스럽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나날이지만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와 인터넷이라는 소통 수단이 있어 조금은 숨통이 터이지만 그래도 하루빨리 코로나 19로부터 자유스러워지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지구 상에 사는 날이라고 해도 길어야 100년이라고 계산하면 3,650일이고 그중에 이미 60%에서 70%가 지나갔으니 남은 30%에서 40%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유익할지 그것이 남은 과제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하게 그리고 밝고 맑게 나아가 모든 생명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즐겁고 아름다운 나날이 되도록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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