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초겨울 날씨로 강원도에는 얼음이 얼었고 서울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고 한다. 남부 지방도 섭씨 1도까지 내려가는 차가운 아침이었고, 한낮에도 섭씨 10도 내외의 쌀쌀한 날씨였다. 아직 가을을 즐기며 음미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로 산과 들이 가장 혼란스러울 것 같다. 아침 일찍 5일장을 보러 나갔는데 모두들 두터운 겨울 옷을 껴입고 잔뜩 움츠리고는 동동 걸음을 걷고 있었다. 조금 가볍게 입고 장을 보러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장을 보는 둥 마는 둥 대충 몇 가지만 구입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기온이 조금 올라가 뒷산 약수터에 올랐는데 추위 때문인지 등산을 나온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약수터에서 약수를 긷는데 아직은 손이 차갑지는 않았다.
약수터 근처의 풍경도 바뀌어 살살이꽃은 며칠 사이에 대부분 지고 띄엄띄엄 아직도 피어 있는 살살이꽃은 차가운 날씨에도 여전히 고운 모습으로 아름다웠다. 살살이꽃이 가는 사이에 국화가 찾아와 피어나기 시작하였는데, 연분홍 국화는 활짝 피어나고 있었지만 노랑 국화는 잔뜩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곧 피어날 태세였다. 초가을에는 살살이꽃이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고 점점 기온이 내려가면서 가을 끝자락에서는 국화가 그윽한 향기를 앞세우고 가을을 기품 있게 장식한다. 남부 지방은 아직 국화가 한창 피어나지 않았지만, 중부 지방 위쪽은 국화가 만발해 있을 것 같다.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국화 축제가 개최될 것인데 올해는 꽃구경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면서 축제가 열리면 달려가 보고 싶다.
가는 살살이꽃을 보니 가슴 한 켠이 허전해오지만 오는 국화를 보면서 또 다른 희망을 가져본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만남이라는 것은 영원하지 않고 때가 되면 헤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예쁜 꽃이라 해도 때가 되면 지게 되어 있고, 이내 우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만다. 하나의 꽃이 피었다 지면 이어 다른 꽃이 찾아와 피고 지며, 그 꽃이 피었다 지면 다시 다른 꽃이 찾아와 또 피고 진다. 꽃들이 피고 지는 것은 우리들이 어떤 인연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인연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해가 바뀐다고 다시 똑같은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지 않지만, 꽃은 피고 진 뒤에는 다음 해에 똑같은 모습으로 그 꽃의 피고 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거의 집안에만 있다 보니 약수터에서 국화를 처음 본 것 같다. 남부 지방에서도 본격적으로 국화의 계절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 때는 다양한 색상의 큼직한 실국화를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감국 정도의 자그마한 크기의 국화를 더 좋아한다. 국화는 노란색, 흰색, 빨간색, 보라색 등의 색상으로 꽃의 크기가 18cm 이상인 것을 대륜, 9cm 이상인 것을 중륜, 그 이하를 소륜이라고 하니 소륜을 좋아하는 편이다. 모두 잘 알고 있듯이 국화는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중의 하나이며, 동양에서 재배하는 관상 식물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꽃이라고 한다. 또한 중국이 원산이라고 하지만 그 조상은 현재 한국에서도 자생하는 감국이라는 설도 있다. 화선지에 국화를 그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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