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날이다. 삽시간에 지나간 9월을 뒤로하고 가을의 한 복판을 거니는 10월에 들어서니 흐리고 자주 비가 내리던 9월과는 전혀 다르게 여름으로 돌아간 듯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에 가까운 화창한 날씨였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집안에만 있기가 너무 아쉬워 오전 느지막한 시간에 채비를 하여 첫째와 함께 주남저수지 부근의 살살이꽃으로 유명하다고 소문이 난 무점마을로 오랜만의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무점마을로 가는 길에 맛집을 찾으니 돌짜장으로 유명하다는 식당이 있어 우선 그 식당에 들러 점심 식사를 하고 살살이꽃을 감상하러 가기로 했다. 오후 1시가 지난 시각이라 출출하던 참에 오랜만에 돌짜장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는 식당을 나와 곧바로 무점마을의 살살이꽃을 보러 갔다.
마을 입구에는 "무점마을 코스모스 축제 취소"라는 안내판이 홀로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관람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길 한쪽에 주차하고 있는 차량들과 소수의 관람객들이 보이고 작은 다리 너머로 살살이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당한 곳에 주차한 뒤에 방천길로 올라서니 황금 벌판에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왼쪽으로 끝이 보이지 않게 피어 있는 살살이꽃의 아름다운 긴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이라기보다는 한여름이라고 느껴지는 따가운 햇살 아래 수많은 살살이꽃들이 간혹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따라 한들한들 춤을 추며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았다. 무점마을 살살이꽃들은 어떤 자태일까 하던 의문이 삽시간에 사라지고 살살이꽃들의 윤무에 홀려버렸다.
코로나 19가 아니면 무점마을에는 코스모스 축제가 열려 관람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을텐데, 주중이라 그런지 살살이꽃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소수의 관람객들이 한가롭게 거닐며 아름다운 살살이꽃을 감상하고 있었다. 방천길 양쪽으로 무리지어 빨강, 분홍, 하얀색의 살살이꽃에다 이들이 서로 섞인 색깔의 살살이꽃들까지 다른 곳보다 꽃들의 크기도 큰 편이었고 훌쩍 키가 커서 올려다볼 정도의 살살이꽃도 있었다. 오후 2시쯤이 되니 햇볕이 더욱 강렬하여 우산을 꺼내 써야 할 정도였다. 약 한 시간 가량 방천길을 여유롭게 걸으면서 살살이꽃은 물론 오른편의 넘실거리는 황금 들판과 왼편의 주남저수지 풍경을 함께 즐기면서 오랜만에 자연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라는 책에 나오는 살살이꽃(코스모스)에 대한 내용을 보면, "코스모스는 우리말 이름이 '살살이꽃'이다. '살살이'란 '가냘프면서도 고움'을 나타내는 말로 가늘고 약한 몸이 실바람에도 부드럽게 할랑거리는 모양을 말한다. 살살이꽃은 한들한들 하늘하늘 바람결에 온몸을 살랑거리다가는 힘찬 강풍이 불면 이리저리 세차게 일렁거린다. 군무가 따로 없다. 살살이꽃은 멕시코가 원산지인데, 더운 곳의 식물들은 꽃 색이 강렬하다. 그래서 코스모스도 붉은색, 흰색에다 그 중간색인 분홍색 꽃이 주종을 이룬다. 코스모스는 '우주'라는 의미가 있는가 하면 '질서와 조화의 세계'를 뜻하기도 한다. 즉, 혼돈(카오스)에 맞서는 말이다. 살살이꽃의 꽃말은 청순한 '소녀의 순정'이라 하며, 신(神)이 처음 습작한 꽃이라고도 하니 세상에 가장 먼저 만들어진 꽃인 셈이다."라고 되어 있다.
오늘 무점마을에서 본 황금 벌판과 주남저수지를 배경으로 한 살살이꽃의 아름다운 모습이니 함께 감상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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