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보통 추석 당일 다녀오는 시조부모님과 시부모님 산소 성묘를 오늘 오전에 다녀왔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이른 아침에는 고속도로도 원활하게 달릴 수 있었다. 집을 나설 때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 괜찮을까 우려를 했는데, 산소에 올라가기 위해 주차할 곳에 도착해도 하늘이 잔뜩 흐려 있어 당장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성묘하러 왔다가 알밤도 줍고 물봉선(물봉선화, 야봉선화, 물봉숭아 등으로 부르기도 함)이 시조모님 산소 앞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뻤고 가슴이 뛰었는지 몰랐었다.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산소로 향하면서 벌써 작년에 처음 봤던 물봉선화가 올해는 어떻게 피어 있을까 마음은 온통 물봉선에게 가 있었다. 오르막 산길을 따라 7분 정도 걸어가면 시조부모님 산소가 있는데, 아침에 비가 내려서 그런지 길이 질퍽거렸다. 역시 시조모님 산소 앞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물봉선화가 무리를 지어 곱게 피어 있어 장관이었다. 작년에 물봉선화가 피었던 자리는 물론 왼쪽 계절 분리(산소 울 너머)에도 물봉선화가 아름답게 피어 반겨주었다. 작년보다 훨씬 많은 물봉선화가 피어 있어 제법 큰 물봉선만의 꽃밭처럼 보였다.
성묘를 마치고 나서 한참 동안 물봉선화를 감상하면서 어떻게 하면 텃밭에 옮겨 심을 수 있을까 궁리를 하였다. 아까 차에서 출발할 때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챙겨 왔기 때문에 마침 비도 오락가락하고 있어 여섯 포기를 조심해서 뽑아냈다. 작년에 처음 물봉선화를 보고는 꼭 텃밭에 물봉선 꽃밭을 만들어야지 했지만, 꽃이 지고 나서 씨를 받으러 온다고 해놓고 깜빡 잊고 말아 물봉선화를 텃밭에 심지를(파종을) 못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7월 중순 팔공산 갓바위에 갔다가 우연히 노란 물봉선을 보고는 반드시 텃밭에 자홍색 물봉선과 노란 물봉선을 심기로 다짐을 했었다.
물봉선화 여섯 포기를 들고 주차한 곳으로 내려오는 발걸음은 뿌듯하고 경쾌했다. 비록 물봉선이 한해살이 풀이라고 하지만 꽃이 핀 상태에서 옮겨심기 때문에 운 좋게 살아나 씨앗까지 맺으면 텃밭 한 모퉁이는 물봉선 꽃밭이 되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 성묘를 마치고 텃밭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이에 비가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면 이식한 물봉선이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 같다. 혹시 옮겨 심은 물봉선 여섯 포기 모두 살아나지 않으면 10월 초순경에 다시 시조모님 산소에 다시 들러 물봉선 씨앗을 받을까 한다.
물봉선에 관심이 있어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물봉선은 꽃이 봉선화(鳳仙花)를 닮았고 물이 많은 곳에서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물봉선은 보통 홍자색 꽃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지만 간혹 흰색인 흰물봉선화와 노란색으로 피는 노랑물봉선화도 있다고 한다. 또한 봉선화(鳳仙花)는 한자식 이름으로 머리와 날개, 꼬리, 발이 우뚝 서있어 펄덕이는 봉황새의 형상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봉황새를 본 적이 없으니 물봉선을 보고 봉황새를 떠올릴 수 없지만 물봉선화를 얼른 보고는 마치 해마가 연상되어 혼자 멋쩍게 웃고 말았다.
'꽃과 풀 그리고 차 > 꽃과 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 봐도 아름다운 살살이꽃 (0) | 2021.09.30 |
---|---|
돋보이는 꽃며느리밥풀꽃 (0) | 2021.09.29 |
활짝 핀 예쁜 고마리꽃 (0) | 2021.09.21 |
약수터의 살살이꽃 (0) | 2021.09.12 |
언제 봐도 예쁜 채송화 (0) | 2021.09.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