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시골에서 수확해왔던 대봉감을 거실에 두었더니 그새 1/3 이상이 홍시가 되었다. 예년 같으면 대봉감 홍시가 되기가 무섭게 첫째와 애들 아빠와 함께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골라 먹었는데, 올해는 변비 때문인지 서로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수확할 때 나무에 매달린 대봉감 홍시의 맛을 봤지 때문에 자꾸 눈이 대봉감 홍시 쪽으로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다가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한꺼번에 홍시가 되고 있어 빨리 먹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루에 몇 개씩을 먹을 수도 없어 냉동실에 넣어 얼렸다가 여름에 언 홍시를 아이스크림처럼 먹는 것도 한 방법이라 여겨 그렇게 하려고 냉동실 정리를 할까 한다.
대봉감은 크기가 보통 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홍시 하나만 먹어도 시장기는 충분히 면할 수 있다. 또한 다른 감들보다 당도도 높아 간식으로는 제격이며, 대봉감 홍시는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첫째가 대봉감 홍시를 좋아해서 수확하고부터 두 달 이상은 매년 대봉감 홍시를 즐겨 왔다. 올해도 작년 정도의 대봉감을 수확하여 홍시를 만들어 간식으로 즐기고 있으니 가계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나 코로나 19로 바깥에 나가기도 겁이 나고 다른 과일들 역시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는 실정인 때라 더 요긴한 먹거리가 된 셈이다. 시골에 대봉감나무 다섯 그루가 있는데, 두 그루는 응달에 있어 거의 달리지가 않지만 다른 세 그루에서 우리 가족들이 먹을 정도는 수확하는 편이다.
이렇듯 대봉감 홍시는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우리 집의 주요 간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대봉감으로 유명한 곳은 경남 하동군 악양면으로 연간 대봉감으로 약 100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또한 대봉감의 주성분은 당질(포도당과 과당)이 15~16%이며, 비타민 A, B가 풍부하고, 특히 비타민 C는 1g당 30~50㎎이 들어 있으며, 그밖에 펙틴,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봉감 홍시는 다량의 항산화 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피부 노화 방지 및 미용, 피로 해소, 숙취 제거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감의 떫은 탄닌(풀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홍시 한가운데 있는 하얀 부분을 떼어내고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홍시라고 하면 조선시대 경북 영천 출신의 무인 겸 문인 가객이었던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1561~1642] 선생이 지은 「조홍시가(早紅柿歌)」가 떠오른다. 조홍시가(早紅柿歌)는 1600년(선조 33)이나 1601년에 지은 시조로 추정하는데, 박인로 선생이 성리학을 배우기 위해 장현광을 찾아갔을 때 홍시[붉은 감]를 대접하고 그를 소재로 시조를 지어보라 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보통 박인로 선생이 동갑 나이로 교분이 두터웠던 이덕형 대감을 찾아갔을 때 대접하기 위해 내어놓은 홍시를 보고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신 어버이를 그리워하며 다하지 못한 효성이 불현듯 생각나서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 대부분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시조이고 외우기도 했을 것인데, 다시 읽으니 새롭고 부모님이 그립다.
반중 조홍(盤中早紅)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세 글로 설워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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