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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살아가는 이야기

봄날 같은 대설(大雪)

by 감사화 2021.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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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이 제일 많이 내린다는 24절기 중 21 번째 절기인 대설(大雪)이다. 격년으로 받는 일반 건강검진을 예약한 날이라서 오전에는 병원에 들렀다가 수확한 치자를 팔아볼까 하여 부전시장을 다녀왔다. 12월 들어 기온이 제법 내려가 겨울다운 날씨가 이어지더니 어제부터는 한낮 기온이 다시 영상 15도 가까이 올라가 봄날 같았다. 두터운 옷을 입고 다니니까 덥기까지 했다. 이런 날씨는 지내기는 좋지만 농사에는 좋지 않을 것 같아 내년 텃밭 농사가 먼저 우려 된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뒷산 약수터에 올라 동치미를 담기 위한 약수를 길러왔는데, 물병을 등산 가방에 매고 다녀왔는데 등에 땀이 날 정도였다. 대설(大雪) 날씨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포근한 하루가 아닌가 했다.

약수터에서 물을 길은 다음, 운동기구에 매달려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여 부랴부랴 물이 든 등산 가방을 둘러매고 올랐던 산길을 서둘러 내려왔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을숙도 하구언 쪽을 바라보니 불그스레 물든 서쪽 하늘을 뒤로하고 초승달이 또렷하게 나타나 동짓달 초나흘 밤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땅거미가 밀려오면 삽시간에 숲 속 오솔길은 어둑어둑 해져 좁은 길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어둠이라는 것은 검은 실체로만 존재하지 않고 보통 두려움과 함께 엄습해 온다. 어릴 적 멀지도 않은 깜깜한 밤길을 혼자 심부름을 다녀올 때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가장 무서웠던 것 같아 오싹해진다.

<불그스레한 노을빛을 뒤로 하고 또렷히 떠오른 초승달>
<어둠이 깔리는 을숙도 하구언 풍경>

아직 오후 5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각이었는데도 불빛이 없는 산속은 캄캄하게 느껴졌고, 숨도 거칠어지면서 발걸음은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 같아 더 빨라졌다. 겨우 숲 속 길에서 빠져나와 가로등이 켜 있는 곳에 이르러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둠에 쫓겨 허둥지둥 집에 도착하니 온몸이 땀범벅이었지만, 동치미를 담을 수 있는 약수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가뿐하였다. 기온이 겨울답지 않게 포근해서 그렇지는 않겠지만, 약수터 근처에는 노란 국화가 한 송이씩 곱고 싱싱하게 피어 있어 더욱 돋보였다. 매서운 추위가 몰려오면 아무리 국화라도 시들거나 축 쳐서 견디지를 못하는데 아직도 한창이라 보기는 좋았다.

<계절도 잊고 샛노랗게 피어난 국화>
<갈참나무 낙엽 속에 활짝 피어나 있는 국화>
<한창일 때를 추억하듯 활짝 피었을 때 그대로를 간직한 마른 수국꽃>

옛날에는 우리나라 겨울이라면 사흘(3일)은 춥고 나흘(4일)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이 정설인 것처럼 여겼지만, 요즈음은 며칠이 춥고 며칠은 따뜻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종잡을 수가 없다. 지금처럼 3 ~ 4일 매섭게 춥다가 1주일 이상 따뜻하고, 반대로 1주일 이상 매섭게 춥다가 2 ~ 3일 따뜻한 때도 있으니 말이다. 기상청에서는 올 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이번 겨울은 그리 추운 날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겨울 날씨가 이러다 보니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변종들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한 것 같다. 정부도 코로나 19에 휘둘리면서 방역 자체가 길을 잃은 것 같다. 겨울이 겨울답지 못하니 사람들만 바쁘고 힘들어진다.

다음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나오는 대설(大雪)에 관한 내용을 참고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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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大雪)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위치한다. 소설(小雪)에 이어 오는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 재래 역법(曆法)의 발상지이며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절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반드시 이 시기에 적설량(積雪量)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절기인 대설은 시기적으로는 음력 11월, 양력으로는 12월 7일이나 8일 무렵에 해당하며 태양의 황경은 255도에 도달한 때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음력 10월에 드는 입동(立冬)과 소설, 음력 11월에 드는 대설과 동지 그리고 12월의 소한(小寒), 대한(大寒)까지를 겨울이라 여기지만, 서양에서는 추분(秋分) 이후 대설까지를 가을이라 여긴다.

특히 24절기 중 대설(大雪)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冬至)와 함께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로 농부들에게 있어서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농한기(農閑期)이기도 하다. 옛 중국에서는 대설(大雪)로부터 동지(冬至)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荔枝: 여주)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열두 달에 대한 절기와 농사일 및 풍속을 각각 7언 고시의 형식으로 기록한 19세기 중엽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11월이라(時維仲冬爲暢月)
대설과 동지 두 절기 있네(大雪冬至是二節)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六候虎交麋角解)
갈단새(산새의 하나)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鶡鴠不鳴蚯蚓結)
염교(옛날 부추)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荔乃挺出水泉動)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身是雖閒口是累)
……(하략)……

이 시기는 한겨울에 해당하며 농사일이 한가한 시기이고 가을 동안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한 시기이다. 한편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지지만 실제로 이날 눈이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또 눈과 관련하여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이다.

<출처 : 대설 - 표제어 - 한국세시풍속사전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nf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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