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말 오랜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비가 내렸다. 50년 만의 겨울 가뭄이라고 하면서 작년 12월 중순에 비다운 비가 내리고 나서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텃밭 식구들이 목이 말라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물조차 뿌려주지 못해 가슴이 타들어갔는데 단비가 내려주니 세상이 바뀔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잔뜩 흐려 언제라도 비가 뿌려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였는데,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텃밭으로 향했다. 엿새만에 다시 찾아간 텃밭은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맞아주었다. 매실나무에는 아직도 매화만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듯하였지만, 모과나무에는 새순이 돋아났고 자목련나무에는 꽃봉오리가 탐스럽게 부풀어 곧 화사한 자목련꽃이 피어날 것 같았다.
목이 말라 비실거리던 양파와 마늘은 몰라보게 생기를 되찾아 눈의 띄게 쑥쑥 자라 있었고, 쪽파와 대파도 통통하게 살이 올라 보기만 해도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으며, 냉이와 달래 그리고 쑥은 잡초와 어울려 돋아나는 기운을 막을 수가 없을 듯했다. 가뭄에 움츠리고 제대로 자라지 못하던 시금치와 보리도 파릇파릇 제 모습을 되찾아 거침없이 자라고 있었다. 또한 아스파라거스도 새순을 밀어 올리고 있었고, 작년에 시골에서 옮겨 심었던 머위도 돋아나 봄을 만끽하는 듯했다. 한쪽 곁에 겨울을 견디며 지내던 봄동과 겨울초도 싱그러운 모습으로 기운을 차리고 있는가 하면 말라 버린 줄 알았던 부추도 돋아나 한 마디로 텃밭 식구들의 기지개 켜는 몸짓에 난리법석이었다.
아직 완전한 해갈은 아니었지만 촉촉하게 대지를 적셔준 단비의 효과와 역할은 감로수 못지않았던 것 같다. 텃밭 식구들이 모두 기운을 찾아 순리대로 봄을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운이 솟고 기분까지 좋아 피곤한 줄도 모르고 잡초도 뽑고 냉이, 달래, 쑥, 쪽파, 대파, 시금치, 겨울초, 봄동, 새싹 보리, 케일 등을 듬뿍 수확했고, 올해도 자목련 꽃차를 만들려고 자목련의 탐스런 꽃봉오리는 제법 많이 따왔다. 하루 아닌 순간순간이 다르게 변화하는 텃밭 전경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두 시간 정도 머물다가 왔지만,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잡념이 근접하지 않아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안하고 고요하여 좋았다. 그저 텃밭 식구들을 바라만 봐도 좋은데 보시까지 받아 더욱 감사한다.
오후부터 봄비가 다시 내린다고 하니 텃밭 식구들은 또 한 번 단비를 맞으며 봄을 더욱 싱싱하고 행복하게 맞지 않을까 한다. 텃밭 식구들이 목말라하지 않고 행복한 모습이라서 나 역시 행복하고, 그들이 베풀어 주는 풍성한 수확에 가족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주말까지 비가 내린다고 하니 비가 그친 뒤에 다시 텃밭에 와서 쑥쑥 자라 몰라볼 정도의 텃밭 식구들과 잠깐 동안이라도 다시 어울려 지낼까 한다. 그때는 자목련꽃도 화사하게 피어나 있을 것이고, 아스파라거스도 볼 수 있을 것 같으며, 가뭄에 말라버린 상추도 다른 모습으로 반겨줄지 기대가 된다. 봄은 언제나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있는데, 그런 꿈과 희망을 제대로 받아 실현하는 것은 온전히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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