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다. 11월에 들어서자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고 강원도에는 눈까지 내렸다고 하는데, 의외로 입동(立冬)인 오늘은 포근하였다. 옛날부터 입동(立冬) 날씨가 춥지 않으면 그해 겨울은 큰 추위가 없고, 입동(立冬)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은 아주 춥다고 점을 쳤다고 한다. 입동(立冬)인 오늘은 한낮 기온이 섭씨 20도 정도까지 올라가서 덥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올 겨울은 큰 추위가 없지 않을까 예상을 해본다. 점차 기온이 내려가서 날씨가 차가워지면 산과 들을 푸르게 꾸몄던 나뭇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길거리의 가로수들이 떨어뜨린 낙엽들이 겨울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데, 이렇듯 날씨가 차가워지면 왜 나뭇잎이 떨어질까?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나오는 입동(立冬)에 대한 해설 가운데 "낙엽이 지는 데에는 나무들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자연의 이치가 숨어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그 구체적인 이유를 오늘 아침 일본 NHK TV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이 방송을 들으면서 낙엽이라는 것은 때가 되면 나뭇잎이 절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스스로의 생존법칙에 따라 나뭇잎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정하다면 비정하지만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가 아닐까 한다. 때가 되면 비우고 내려놓는 것이 자연이고 순리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을 낙엽수(落葉樹)라고 하는데, 이런 낙엽수들이 나뭇잎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나뭇잎이 수행하는 광합성이라는 작용과 큰 관련이 있다. 나뭇잎이 수행하는 광합성이라는 것은 나무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과 이산화탄소를 기초로 태양의 빛을 이용하여 산소와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는데, 식물들에게는 필수적인 작용이다. 식물은 광합성에 의해 만들어진 탄수화물을 받아들여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듯 중요한 나뭇잎을 왜 낙엽수들은 추워지면 떨어뜨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낙엽수가 갖는 가혹한(?) 일면과 관계가 있다. 거기에는 이익을 추구한 나머지 사원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기업과도 비슷한 비정한 결단에 비유할 수 있다.
봄에 신록인 잎의 색은 연하고 광합성에 필요한 엽록소도 불충분하지만, 잎이 완전히 성장하는 여름은 바로 광합성으로 영양을 빨아들여 채울 때이다. 기업도 설립 초기에는 교통비나 접대비 등의 필요 경비가 많이 들지 않지만 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되면 이들 경비가 점점 많아지고 실적도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기업의 필요 경비에 해당하는 것이 식물에게는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는 물이라는 광합성에 빼놓을 수 없는 경비를 뿌리에서 도관(導管)이라는 경로를 사용하여 사원인 나뭇잎에 공급한다. 바로 나뭇잎은 태양의 빛을 받으며 열심히 작용하는 영업부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에너지인 탄수화물이라는 이익을 나무를 위해 계속 공급한다.
이처럼 한여름 햇살을 맞은 나뭇잎의 부단한 광합성에 의해 나무는 충분한 영양소를 점점 많이 받아들이게 된다. 기업으로 봐서는 순조롭게 이익을 창출하여 흑자 기업으로 성장하는 때이다. 그러나 그러한 호조도 오래가지 않고 실적이 떨어지고 사원들의 사기도 저하하면서 피로한 기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낙엽수의 나뭇잎은 일 년 내내 나뭇잎이 붙어있는 나무와 비교하면 실제로 나뭇잎의 두께가 얇다고 한다. 그러므로 원래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가을이 되고 추워지면 일조 시간이 줄어들고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에너지도 점차 감소한다. 결국 엠볼리즘(Embolism, 색전증), 즉 추워져서 나무속의 물을 나르는 도관이 얼게 되어 물 흐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밤이 되면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 도관의 내부가 얼면 녹아들어 있던 공기가 "기포(氣泡)"가 되어 뭉치게 된다. 그리고 낮에는 따뜻하여 얼음이 녹으면 기포끼리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기포가 되어 도관의 물 흐름을 차단하고 만다. 결국 나뭇잎은 수분을 잃고 말라버리게 된다. 원래 나뭇잎에는 나무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많이 축적되어 있어 나뭇잎이 말라버리게 되면 그 영양소를 나무는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은 나무 전체의 생명조차 위협하는 큰 손실이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도 있어 겨울에도 영하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날이 적지만, 옛날에는 지금보다 기온이 훨씬 낮아 나무속의 수분이 얼어버릴 정도로 추웠을 것이다.
낙엽수는 그때의 경험으로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엠볼리즘이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경계를 하면서 나뭇잎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낙엽수들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그 시기이기도 하다. 기업으로 봐서는 흑자 정리 해고를 단행하는 것과 같다. 흑자 정리 해고란 적자가 생기기 전에 비용이 드는 종업원을 해고하는 것으로 인건비를 줄여서 용이하게 이익을 유지하는 혁명이다. 기업이 사전에 적자를 경계하여 사원을 정리 해고하는 것처럼 낙엽수도 엠볼리즘을 경계하여 사전에 나뭇잎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추워지면 낙엽수는 엠볼리즘에 의해 나뭇잎이 말라버리기 전에 나뭇잎 속에 남아있는 영양소를 몽땅 회수한다.
나뭇잎이 떨어지기 전에 색깔이 바뀌는 것은 이처럼 영양분을 회수당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나뭇잎과 가지의 경계에 이층(離層)이라는 벽을 만들어, 필요 없게 된 나뭇잎을 잘라내어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나무 자신의 존속을 위해 나뭇잎을 광합성 작용시킬 수 있을 때까지 작용시키고는 적자가 될 듯하면 비정하게 정리 해고를 하는 것이다. 나무는 이렇듯 비정한 결단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낙엽수는 추워지기 전에 나뭇잎에서 회수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매서운 겨울을 견디고 봄이 되어 또다시 광합성을 할 수 있게 되면 새로운 나뭇잎을 만들어 다시 성장해나가고 있다. 왜 추워지면 낙엽수들의 나뭇잎이 떨어지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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