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제법 떨어지고 바람까지 불어 추위를 느꼈던 하루였다. 지난 월요일 제법 많은 비를 뿌려 그동안 가뭄에 목말라하던 농작물들이 해갈의 기쁨을 누렸었는데, 오늘 다시 촉촉이 내린 비는 분명 단비였을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는 가운데 비가 연이어 내리다 보니 농작물도 반겼겠지만 잡초들 역시 무성하게 자라나 다시 잡초와의 씨름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어떤 세상에나 이로운 것이 있는가 하면 이롭지 못한 것이 혼재해 있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잡초를 지슴(잡초의 경상도 사투리)이나 독새(뚝새풀)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요즈음은 제초제가 있어 잡초를 없애려고 마음만 먹고 돈만 들이면 얼마든지 잡초를 말끔하게 없앨 수 있었지만 옛날에는 일일이 사람들의 손이 들어야 했었다. 참 어렵고 힘든 삶이었지만 그때가 그리워진다.
산과 들이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초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연보랏빛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피어나는 꽃이 바로 등꽃이다. 보통 나무 그늘을 만드는 쉼터의 그늘막에 올리거나 대문 위 및 담벼락에 올리는 등으로 등나무를 키우는데, 잎이 나오면서 꽃이 피어나는 자태는 화사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디든지 타고 오른다는 습성만 보면 칡과 아주 닮았지만, 꽃이 피는 시기와 꽃 모양이 다르다. 덩굴식물들 중에는 종류에 따라 줄기를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다른데, 칡과 나팔꽃 및 메꽃, 박주가리, 새삼, 마 등은 오른쪽으로 감아 도는 오른돌이이고, 인동과 한삼덩굴 등은 왼돌이이며, 등나무나 더덕처럼 좌우 양방향으로 감는 양쪽돌이(?)도 있다. 그래서 갈등(葛藤)이라는 말도 칡과 등나무 덩굴처럼 얽히고설켜 서로 충돌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갈등(葛藤)이라는 어원 때문인지 집에는 칡이나 등나무를 일부러 심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등꽃의 화사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갈등(葛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편견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나무들을 이상하게 만든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월요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다가 오후 늦게서야 멎었다. 거의 매일 밤 산책을 하고 있는데, 그날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까운 교정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캄캄한 가운데 그늘막 쉼터 위에 등나무가 있는 것을 알고 그 밑으로 가보니, 밤이라 보이지 않았었는데 등꽃이 활짝 피어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래로 나란히 줄을 선 듯 포도송이 같은 꽃을 매달고 있는 자태는 정말 멋스러웠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 어두운 가운데 함께 감상하려고 담아온 몇 장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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