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고 난 뒤라서 그런지 오늘은 하루 종일 잔뜩 흐렸고 쌀쌀하기까지 했다. 반소매 차림으로 뒷산 약수터를 다녀왔는데, 바람까지 불다 보니 여름인데도 추웠다. 일기예보에는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하였지만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지만, 어제 내린 비로 먼지가 폴폴 날리던 산길은 걷기에 아주 좋게 푹신푹신하기까지 했다. 지난 토요일 약수터를 찾았을 때 올해 처음으로 살살이꽃이 몇 송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 다시 보니 두 송이가 더 피어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보통 살살이꽃은 가을에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즈음은 철없이 피는 꽃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한겨울에 개나리꽃이 피어나는가 하면 지금도 영산홍이 만발한 경우도 본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어릴 적에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흔히 만날 때가 많다. 제철에 피어나지 않다 보니 살살이꽃의 키가 겨우 15c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조금은 의아해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정성에 대견함과 고마움의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앙증스럽게 핀 살살이꽃은 늦은 가을까지 계속 피어날 것이기 때문에 살살이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 좋다. 오늘처럼 바람이 세찰 때는 작은 키의 살살이꽃이 더 이로울 것 같다. 키가 크면 꺾이거나 넘어질 수도 있어서 그렇다.
살살이꽃은 코스모스꽃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피어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철 따라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데,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는 매화, 개나리꽃, 진달래꽃, 목련꽃, 라일락꽃, 모란꽃, 작약꽃, 복사꽃, 배꽃, 철쭉꽃 등이 있고, 여름이 되면 장미꽃, 도라지꽃, 동자꽃, 개망초꽃, 원추리꽃, 수국꽃, 나리꽃 등이 대표적이며, 가을이 되면 살살이꽃, 배초향꽃, 물봉선꽃, 용담꽃, 산국꽃, 국화꽃, 쑥부쟁이꽃, 구절초꽃 등이 피어나고, 겨울에는 복수초꽃, 동백꽃 등이 피어난다. 사계절을 가지고 아름다운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비록 때 이르게 찾아오긴 했어도 자그마한 키에 예쁜 살살이꽃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너무 성급하게 꽃부터 피워낸 것은 기후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씁쓸하다.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꽃부터 피우는 것은 환경의 영향 때문이고 잡초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텃밭을 가꾸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가을이라고 해도 앞으로 석 달이면 맞이하기 때문에 그리 멀지 않은 시점이다. 우리들의 인생도 빨리 성공을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대기만성인 사람도 있듯이 여름에 일찍 피는 살살이꽃도 있고 늦가을에 피는 살살이꽃도 있으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며 귀히 여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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