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강풍까지 불어 오늘 아침은 모처럼 겨울다운 매서운 날씨였다. 아침 일찍 둘째에게 보낼 특식을 당일 도착 택배로 붙이려고 나갔는데, 바람이 태풍처럼 강하게 불어 자세를 바로잡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다 기온까지 내려가서 손이 얼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시렸다. 사실 지금까지 겨울에 들어섰다고 했지만 겨울인지 초봄인지 모를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이러다가 겨울다운 기온도 없이 겨울이 지나가고 마나 했는데, 오늘과 내일 그리고 새해 들어서서도 기온이 영하로 어어진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매서워야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작년 겨울은 겨울답지 않아 병충해가 다른 해보다 심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오후에 잠시 시간을 내어 텃밭을 다녀왔는데, 한창 햇살이 좋은 시간이었는데도 빰이 시리고 손끝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부엌에서 반찬을 장만하면서 나온 과일 찌꺼기와 썩은 호박 등을 거름에 쓸까 해서 적당한 곳에 묻고, 마늘과 쪽파 및 양파 그리고 겨울초 등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둘러보고, 묻어놓은 무를 좀 가져올까 해서 겄었다. 지난주에 비가 내려 땅은 촉촉하겠지만 기온이 많이 내려가 땅이 얼이 않았을까 했는데, 아직 땅은 얼지 않은 것 같았다. 그만큼 올 겨울도 매서운 날씨가 그다지 없었다는 의미이다. 마늘은 지난주 비오기 전에 가서 깻묵을 주고 와서 그런지 파리한 가운데서도 이전보다 조금 힘이 넘치는 것 같았지만, 축 늘어진 쪽파와 양파는 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무 수확을 하고 그 자리에서 다듬어 땅에 묻어두었던 무는 묻을 때와 다를 바 없이 싱싱한 상태 그대로였다. 우선 다섯 개를 가져와 국도 끓이고 갈치나 고등어조림 등의 반찬에 만들어 먹을까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주 가는 임광사에 들렀다 왔다. 얼마 전부터 고양이를 키운다고 스님께서 좋아하셨는데, 사냥개인지 다른 큰 짐승에게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희생되었다고 크게 낙담을 하고 계셨다. 큰 고양이 두 마리와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단란하게 오후 햇살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본지가 얼마 되는 않았는데, 그런 참변을 당했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 매서운 강추위 속에 새끼까지 잃는 어미 고양이의 심정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제가 보름이라서 그런지 보배산 위에 걸린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한 시도 조용하고 평안하지 못하여 늘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지만 달은 언제나 변함없이 어둠을 밝히며 빙긋이 웃기만 한다. 어릴 적에 항상 그랬듯이 달 속의 계수나무와 방아를 찍는 토끼는 요즈음도 유효할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2020년도 하루가 조금 더 남은 시각이지만 연말연시라는 분위기도 나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기만 한 것 같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날씨만큼이나 움츠려 드는 몸을 나이로 느낄 수 있으니 세월은 참 빠르긴 빠르다. 할 수만 있다면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보았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해보는 차디찬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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