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지나고 나니 올해 큰 행사들이 모두 마무리가 된 듯하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를 예년들처럼 시끌벅적하게 보냈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주 고요하고 적막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 어제 이른 아침에 큰 언니 둘째 아들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결국 그렇게 일찍 큰 언니와 형부 계신 곳으로 가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저민다.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고생을 그렇게 많이 한 것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암으로 투병 생활을 1년 이상 하다가 한 많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 전에 통화를 하면서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사이에 한 번 보러 간다고 했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보내고 나니 마음이 더 허전하다.
그렇지만 자식들 둘은 결혼을 서둘러 시켰지만 살만 하니까 병이 와서 한창 살아도 될 나이인데 너무 야속하기만 하다. 큰 언니와 형부가 살아계실 때는 가끔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했었는데,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로는 소식이 뜸 했었는데, 올해 봄에 큰 병으로 입원을 해서 치료를 하다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떠나고 말았다. 예순도 되지 않은 나이이니 지금으로서의 노년도 아닌 장년이라고 하는데, 가족들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이 하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오늘 오후 텃밭에 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반달이 해와 반대되는 곳의 산마루에 떠올라 있었다. 낮에 나온 반달을 보니 큰 언니 생각이 불현듯 난다. 큰 언니도 자식들 키운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르는데 보고 싶다.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동요는 초등학교 다닐 때 언니들과 마루에 앉아 함께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여 더 정감이 가는데 갑작스러운 조카의 부고를 접하고 마음이 울적한 상태에서 낮에 나온 반달을 보니 더 마음이 착잡하다. 낮에 나온 반달은 홍난파 선생이 작곡하시고 윤석중 선생이 작사한 노래로 아직도 가사가 기억에 또렷하다. 낮에 나온 반달은 밤에 보는 달과는 달리 흰색으로 마치 상복을 입은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하여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리고 얼음장같이 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하얀 반달은 너무 청성스럽다. 내 마음이 서글프고 아려서 그렇게 보인 것이지만 누구든 태어나서 즐겁고 슬프고 아프고 기쁘고 놀라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살다가 어느 순간 떠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낮에 나온 반달을 혼자 흥얼거리며 슬픔을 달래고 기분 전환을 해보았다. 그렇지만 노래를 흥얼거릴수록 더 큰 언니와 조카 생각이 나서 끝까지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고 필연이다. 그런 점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소중하고 고귀한 사이이고 시간들이기 때문에 더 많이 사랑하고 위하면서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제일 서러운 것이 바로 있을 때 잘 대해주지 않아 떠나고 나서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도 함께 있을 때는 영원히 함께 있을 줄로 착각을 하면 아무렇게나 대하는 것이 일상이다. 낮에 나온 반달도 오랜만에 봤지만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노래도 오랜만에 흥얼거려 본 것 같다.
<낮에 나온 반달>
1.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2.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햇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치마 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한쪽 발에 딸깍딸깍 신겨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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