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어릴 적에는 항상 함께 지내고 있어서 살아있는 동안은 자식들과 서로 떨어져 지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 품 안에 있을 때만 자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항상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듯, 자식들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행복했다. 그러다가 자식들이 나이가 들면서 차츰 품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가 했는데, 어느새 자식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정신이 없다 보니 만나는 시간도 줄고 함께 있는 날도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고 대화를 하고 싶어도 어색하게 느껴지게 되어 멀리서 마음만 조이면 바라보고 있다.
지난번에 김장 김치를 담을 때 미리 둘째에게 보낼 것을 따로 챙겨 놓았다. 서로 천리길이나 떨어져 살고 있으니 코로나 19로 식사는 제대로 챙겨 드는지 혹시 몸은 아프지 않은지 걱정만 하고 있기보다 뭘 할까 하는 중에 김장 김치를 담았으니 겸사겸사 해서 밑반찬을 몇 가지 더 만들어 보내기로 했다. 좋아하는 마른오징어 구워 잘게 찢은 뒤 고추가루로 버무려 만들고, 명태조림도 하고, 얼마 전에 기장에 가서 사 온 쇠고기로 장조림도 만들고, 따로 쇠고기를 얼려 준비하고, 문어도 삶아 무쳐 놓고, 어렵게 만든 흑마늘도 챙겨놓고, 지난달 수확한 얼음골 사과즙 그리고 파래김도 구웠다.
하루 내내 준비를 하고 그다음 날 아침에 장조림을 다시 졸이고, 김장 김치를 먹기 좋도록 썬 뒤에 이것들을 모두 한 박스에 챙겨 넣고는 오전 9시쯤 우체국에 가서 당일 택배로 보냈다. 마침 그날이 재택근무라고 해서 아침 일찍 보내면 오후 6시쯤에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서 저녁 식사에 맞춤 배달이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둘째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집밥으로 잘 먹고 다녔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부터는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간혹 집에 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항상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해서 가끔 주말이면 둘째가 있는 곳까지 가서 함께 외식을 하기도 했다.
늘 집밥이 제일 맛이 있다고 하는 둘째가 집에 오면 더 정성을 들여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었다. 그러다 지금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도 없어 이번처럼 기회가 되면 마음을 내어 이것저것을 챙겨서 보내고 있다. 조금 더 있으면 가정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만이라도 힘닿는 데까지 챙겨줄까 한다. 어릴 때는 그렇게 살갑고 다정다감했는데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말 수가 적어지다 보니 이전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보고 싶고 마음이 간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사이는 어느 집도 마찬가지로 마음 전하기가 일방적이어서 품 안에 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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