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월 13일,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과 안동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첫눈이 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SNS(밴드, 카카오톡, 트위트, 페이스북 등)를 통해 멋진 첫눈 내리는 설경을 사진과 동영상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보내며 서로의 정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참 세상이 좋아지긴 좋아진 것 같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아무런 부담 없이 행해지고 있으니, 앞으로 10년 뒤에는 또 어떤 세상으로 변할지 어림을 할 수 없다. 부산은 겨울에 눈이 한 번 올까 말까 할 정도로 거의 눈이 내리지 않아 눈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그렇지만 눈이 오고 세상이 설국으로 바뀐 모습을 보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눈이 조금만 많이 내려도 비탈이 많아 교통 대란이 일어나고 크고 작은 미끄럼 사고들이 빈발하는 것 하면 눈이 녹이 질척거리거나 눈이 얼면 큰 일이다.
어릴 적 밤새 눈이 내린 아침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 세상천지가 새하얗게 변한 것을 보고는 "눈이 왔네."라며 큰소리를 치고 좋아서 마당으로 뛰어나가 눈사람도 만들고 친구들과 어울려 눈싸움도 하면서 발이 눈에 젖고 손이 어는 줄도 모르고 뛰어놀았던 기억이 난다. 고향에는 부산과 달리 겨울이면 가끔 눈이 내려 산과 들이 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집 앞은 논과 밭들이 평야처럼 펼쳐지고 멀리 산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는가 하면, 조금 떨어진 곳에 왼편에는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그래서 눈발이 돋으면 사방이 온통 어둑해지면서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땅에 눈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애들과 강아지가 뛰어나와 소리를 지르면서 즐겁게 뛰어다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무엇이나 처음이 의미가 있는가 보다. 첫눈도 첫눈이고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첫사랑, 갖은 산통을 겪으며 첫째를 낳았던 첫 출산, 기분이 들떠 밤잠을 설쳤던 첫 해외 나들이(여행), 맛이 어떨까 양은 얼마나 될까 궁금증이 더하던 첫 수확, 기대가 가지고 해 본 첫 주문,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발전할까 한 첫 만남, 정성을 다해 만든 첫 작품 등 처음으로 해본다는 것은 큰 용기와 결심이 있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이가 들수록 지금까지의 습성에 정착하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고 다른 수고가 없기 때문에 다른 일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비록 몸은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수록 힘과 기능 등이 저하하겠지만, 마음과 정신만은 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도전을 해나가는 것이 젊게 사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는 우리들의 삶은 고이면 썩게 되고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제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1030명이라고 한다. 지난 2월부터 폭증했던 코로나 19 확진자 이래 최고로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높여야 하지 않느냐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걱정이다. 오늘부터 기온이 급강하하여 부산도 영하 4도까지 내려가 매섭다. 오늘부터 전국이 꽁꽁 얼어붙어 주말까지 추위가 이어진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날씨까지 얼어붙으니 생활이 점점 팍팍해진다. 그렇다고 내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더욱 걱정이 된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사태는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고 되려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하니 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멀리 혼자 지내고 있는 둘째가 걱정이 되어 잠을 설치는 때가 많다. 어제 김장할 준비를 하느라 하루 종일 바빴다. 오늘 김장을 마무리하고 둘째에게 밑반찬으로 좀 보내야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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