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소한(小寒)이었고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어 텃밭의 마늘과 양파는 물론 쪽파와 겨울초 등은 어떻게 이 매서운 한파를 이겨낼 수 있을까 우려를 하고만 있을 수가 없어 오늘 오후에 잠깐 텃밭을 다녀왔다. 지난해 여름부터 텃밭 근처의 도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계속 공사 중이라서 비포장 도로를 달려 텃밭 쪽의 농로로 들어가려 하는데, 오늘은 도로와 농사 사이에 배수관을 묻는 공사를 하고 있어 자동차로 텃밭 근처까지 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도로가에 차를 세워두고 50 ~ 60m를 걸어서 텃밭까지 갔다. 오후 1시 40분쯤 텃밭에 도착을 했는데, 찬바람만 세차게 불고 있어 한낮인데도 손발이 시리고 차가웠다.
텃밭에 들어가서 우선 마늘부터 살펴보니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마늘들이 잎을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서 있는데, 아무리 봐도 냉해를 입은 듯하였다. 어떤 마늘은 뿌리가 드러나 있어 흙으로 덮어주기는 했어도 내일과 모레는 기온이 더 내려간다고 하는데 버틸 수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비닐을 덮어줄 수도 없고 마늘 두둑 주위를 맴돌다가 쪽파와 양파 그리고 겨울초와 상추들도 살펴보았는데, 마늘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난 12월 배추 수확을 하면서 남겨두었던 배추들은 봄동으로 먹으려고 하면서 비닐을 덮어두었는데, 그 비닐이 바람에 날려 벗겨져 있어 다시 덮어주기는 했지만 겨울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달리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하늘만 바라보면서 한파 피해가 없기를 빌기만 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웬일인지 우리 텃밭에만 까마귀들이 무리를 지어 앉아있다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지난 12월 중순쯤 혹시나 싹이 틀까 해서 보리 씨앗을 뿌렸었는데, 그것을 먹으려고 저러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어 쫓기만 하였다. 겨울초와 함께 파종했던 보리는 벌써 싹이 나서 제법 자라 있었는데, 너무 늦게 심은 것 같다. 새싹 보리가 다이어트와 콜레스테롤 저하에 좋다고 하여 조금 파종했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 잘라서 즙을 내어 마시기도 하고 나물이나 전도 붙여 먹을까 생각하고 있으며 마음만 급하다.
무엇보다 올해 처음으로 마늘 농사가 잘 되었다고 여겼는데, 불청객인 한파가 몰아닥쳐 훼방을 놓고 있으니 막막하기만 하다. 작년 겨울에는 이렇게까지 매섭지 않았고 오히려 겨울이라고 느낄 정도의 날씨가 거의 없었는데 비해 올해는 작년과 다른 겨울 날씨이다. 옛말에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고 했으니 추위는 당연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금요일이 지나면 다시 기온이 올라간다고 하니 이틀만 잘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다. 얼마 되지 않는 텃밭을 가지고 이렇게 마음을 쓰고 있는데, 수백 평이나 수천 평의 땅에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심정은 기후에 따라 얼마나 속을 썩일까 유추를 하니 걱정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내일 다시 텃밭으로 달려가서 마늘과 양파 등 한파를 입을 것 같은 채소 두둑에 비닐을 구입하여 덮어 씌워 두고 오고 싶다. 얼마 전에 아는 분께는 가능하면 우리 텃밭에 재배하는 농작물에는 가물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물을 가능하면 주지 않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그냥 두는 편이라고 했는데, 이번과 같은 한파는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더 쓰인다. 사람들도 조금만 어렵고 힘이 들 것 같아서 이것저것 돌봐주기를 하면 나중에는 무엇이나 의지하게 되어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약해지듯이 농작물들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해서, 가뭄이나 한파 때도 버틸 수 있는 한 버틸 수 있도록 한다. 이번에도 잘 견디디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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