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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소소한 행복

애들 아빠가 태어난 날

by 감사화 2021.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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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애들 아빠가 태어난 예순일곱 번째 생일날이었다. 이 날은 지금까지 한해도 그르지 않고 정성스레 찹쌀로 팥밥을 하고 미역국을 끓여 아침을 들기 전에 삼신할머니께 기도를 드렸고, 큼직한 갈치를 구워 가족들이 함께 축하하면서 아침을 들었다. 공교롭게 어제는 첫째가 서울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온다고 해서 모처럼 김밥까지 쌌는데 체했는지 먹는 둥 마는 둥 일찍 집을 나서서 걱정이었다. 첫째가 돌아오면 케이크라고 하나 사고 모처럼 쇠고기라도 구워 저녁을 오붓하게 들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생일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뜻깊은 날이다. 특히 낳아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해야 하겠지만 이 날은 더욱더 부모님의 은혜를 상기하면서 잘 모시도록 해야 한다.

태어나서 결혼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특별한 생각도 없이 지냈지만, 애들을 낳고 키우면서 차츰 부모님께서 얼마나 자식들을 키우시며 많은 고생들을 하셨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니 울컥해지면서 부모님의 은혜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야 효(孝)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부모님을 잘 모시려고 할 때쯤이면 부모님은 그런 자식들을 기다리시지 않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시고 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늘 늦게 깨달아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후회하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잘 살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결혼 한 지도 40년이 되어 가는데, 여전히 살아가는데 얽매이고 꺼둘리는 일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삶에도 서툴다는 것이다.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 "부모님께 효도를 다하려고 해도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셔 그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 구오자(丘吾子) 고어(皐魚)가 지은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한시(漢詩) 한 수를 옮긴다. 이 한시는 중국 전한(前漢)의 한영(韓嬰)이 시경(詩經)의 해설서로 지은 "한시외전(韓詩外傳)" 제9권에 나오는 주(周) 나라 사람인 고어(皐魚)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효도를 다하지 못하고 부모님을 잃은 자식의 슬픈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때 효도를 잘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한시를 읽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부모님은 살아생전에 잘 모시고 은혜를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風樹之嘆(풍수지탄) 또는 風木之悲(풍목지비)

-바람과 나무의 한탄(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할 때는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셔 그 뜻을 이룰 수 없음)- 구오자(丘吾子) 고어(皐魚)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나무는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자식은 섬기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아니 하시네.

往而不來者年也(왕이불래자년야) 가고는 다시 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요

不可再見者親也(불가재견자친야) 보고자 해도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어버이시네.

마지막 두 소절을 다음과 같이 적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往而不可追者年也(왕이불가추자년야) 한 번 흘러가면 쫓아갈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去而不見者親也(거이불견자친야) 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부모님이시네.

 한 해 한 해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는 나이가 되니 자꾸 지난날이 뒤돌아봐진다. 애들 아빠와 만나 어려운 가운데 애들을 낳고 잘 살아보려고 이를 악 물고 악착같이 지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애들 아빠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혼자 첫째를 키우며 지냈던 반년 정도는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를 정도였지만, 일본에서의 3년이라는 세월 가운데 둘째를 얻어 귀국하면서 모든 일이 원활하게 풀려나가기도 했다. 꿈만 같은 세월이었고, 그 사이에 첫째와 둘째는 훌륭하고 믿음직스럽게 잘 자라줘서 늘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첫째가 도착할 시간이 되어 역까지 마중을 나갔다. 역시나 첫째가 케이크를 준비해 와서 저녁을 들기 전에 둘째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함께 축하를 했다.

<첫째가 사온 예쁘고 맛있는 딸기가 올라간 고구마 케익>

앞으로 산 날보다 살 날이 차츰 적어지는 해들이기 때문에 가족들 서로가 더 힘을 모으고 더 서로 위하는 마음을 내어 아름답고 행복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그렇게 매섭던 강추위도 어제부터 풀리기 시작하여 다시 평년 기온으로 돌아와서 다행이었다. 음력으로 동짓달 스물 여드레라는 애들 아빠의 태어난 날은 언제나 겨울 중 가장 추운 때라고 기억한다. 시어머니께서 애들 아빠를 낳으신 날은 그해 동짓날이었고, 동지 팥죽을 끓여놓으시고 시누이들에게 동지 팥죽 한 그릇은 남겨놓으라 하시고 해산을 위해 방으로 들어가셨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음식 솜씨가 좋으셨고 카리스마가 있으셨던 시어머니 생각이 난다. 남은 날들도 가족들 모두 행복하게 살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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