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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소소한 행복

비 내리는 아침에

by 감사화 202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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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매실나무 등의 가지치기를 하고 텃밭에서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약수터를 가지 못해 약수가 거의 동이 났다. 늦게라도 약수터에 가려다가 오늘 아침 일찍 다녀오기로 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일기 예보를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오후까지 비가 더 많이 내릴 것이라고 하여 부랴부랴 준비를 하여 비가 오는 가운데 약수터로 향했다. 오전 6시 30분이 조금 지난 시각인데도 바깥은 어둑어둑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으며 비도 그리 많이 내리지 않고 있었다. 서둘러 뒷산 약수터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가 굵어지는 것 같았다. 비구름이 뿌옇게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가운데 약수터까지 가는 길에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다.

비가 오고 흐리다 보니 오전 7시가 가까운 시각인데도 여전히 산길은 어두컴컴하였다. 그런데 약수터에 가보니 먼저 온 한 사람이 물을 긷고 있었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아침이라서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약수를 길었다. 약수를 긷고 있는 사이가 점차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였고, 우산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약수터에 와서 20분 정도 운동을 하고 가는데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서 집으로 돌아오기 바빴다. 약수를 길어 배낭을 메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어둠이 걷히고 멀리 을숙도 하구언이 눈에 들어왔다. 약수터로 올라갈 때는 도로의 가로등 불빛과 차들의 헤드라이트로 야경을 볼 수 있었는데 그새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약수터 가는 길에 내려다 본 을숙도 하구언 야경>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 가뭄 때문에 밭작물들이 목이 말라할 것 같아 비라도 조금 내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랬는데, 최근에는 며칠 사이로 비가 연거푸 내리고 흐린 날이 이어지다 보니 이제 햇볕이 내려 쪼이는 맑은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변덕이라는 것은 말릴 수가 없는 것 같다. 일상을 살아갈 때도 조금만 좋으면 마음이 들뜨고 밝고 쾌활하게 지내다가도 조금만 우울해지면 금세 틀어지고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것이 반복되니 말이다. 항상 변함없는 고요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지만,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면 어쩔 수 없이 휘청거리면서 우왕좌왕하는 순간들이 있으니 그래서 감정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내내 내린 비가 17mm가 넘었다고 한다.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이 내린 것 같아 밭작물의 해갈도 거의 되었을 것 같고, 봄을 기다리는 산과 들의 풀과 나무들도 충분히 목을 축였을 것 같다. 문제는 아직 겨울이고, 오는 목요일부터 다시 추워지기 시작하여 금요일에는 다시 섭씨 영하 10도 가까이까지 기온이 내려간다고 하여 봄인 줄 착각하고 물기를 빨아올린 나무들이나 새싹을 틔우려고 하는 풀들 그리고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는 꽃샘추위를 어떻게 넘길까 벌써 마음이 아려온다. 그중에서도 철도 모르고 일찍 피어난 매화가 아무리 한겨울을 즐기며 향기를 지핀다고 해도 꽃샘추위를 잘 견뎌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일 걱정이다.

밤늦게 큰애와 함께 동아대 승학캠퍼스를 산책하고 왔는데, 올해 첫 매화를 피웠던 그 매화나무에는 제법 많은 매화들이 피어나 보름이 다 된 달빛을 받으며 고혹적으로 피어 있었다. 매화는 역시 눈 속에 피어난 설중매(雪中梅)나 달밤에 핀 야월매(夜月梅, 개인적으로 붙여본 이름임)가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설중매는 매화나무 가지에 매달린 꽃이 내리고 있는 눈인지 피어난 매화 꽃잎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가운데 은은한 향기까지 전해오는 멋스러운 모습이고, 달빛이 교교히 내리는 가운데 화사하게 피어나 향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나 아니면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순백의 꽃잎을 돋보이며 핀 모습 역시 다른 꽃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고매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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