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바람 소리가 요란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와 달리 오늘은 일기 예보대로 아주 매섭다. 오전에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집을 나서는데 완전히 딴판인 찬바람과 낮은 기온에 몸이 절로 움츠려졌다. 간신이 몸의 중심을 잡고 옷깃을 여미며 걸어야 했고, 예기치 못한 칼바람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바뀌어버리는 기온과 날씨를 접하며, 날씨의 변덕스러움은 여름만이 아니라 겨울도 마찬가지라고 중얼거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간에 잠시 아는 세무사에 들렀는데, 요즈음은 고객이 찾아와도 코로나 19 때문에 차조차 내지 않는다고 미안해 했다. 상속과 증여와 관련하여 잠깐 상담을 하고 왔는데, 세법이 하도 자주 바뀌다 보니 세무사들도 애로가 많다고 했다.
조정지역과 일반지역이 다르고, 재개발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도 다르며, 아파트인가 주택인가 그리고 금액이 얼마인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1가구 1 주택자인지 아니면 다가구 주택자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며, 언제 구입을 했는지에 따라서도 부과되는 세금이 달라진다고 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25번이나 바뀐 부동산 정책으로 세법 전문가들도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보고는 세법을 모르는 국민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보니 상속이나 증여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꼭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 든다. 국민들 각자가 열심히 노력하고 근검절약하여 모은 재산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비정상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집으로 돌아와 중앙일보 "백성호의 현문우답"에 평소 존경하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님과의 대담 내용이 눈에 들어와 읽어보았다. 100세 넘게 살아보니 모두들 행복을 찾는다고 하지만, 아무리 행복해지고 싶어도 행복해지기 힘든 사람의 두 부류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첫 번째 부류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인데, 물질적 가치만 따지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질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더 불행해진다고 했다. 지금도 돈이나 권력, 혹은 명예를 좇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은 거기서 행복을 찾지만 거기서 행복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거기에는 '만족'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질적인 돈과 권력, 명예욕은 기본적으로 소유욕이어서 목마른 사람이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다.
행복하려면 ‘만족’을 알아야 하는데, 물질적인 소유만으로 '만족'이 되지 않고 정신적 가치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만족을 알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더라고 말씀하셨다.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명예나 권력이나 재산을 거머쥘 때도 있는데 결국에는 불행해지더라고 하시며, 지금 우리 주위에도 그러한 사람들은 많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오지족유(吾知足唯)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오로지 만족함을 알 뿐이다."라고 해석을 해본다. 오지족유(吾知足唯)의 네 한자 모두 입구(口)를 포함하고 있어 입구(口)를 중앙에 두고, 위쪽에는 나 오(吾), 왼쪽에는 알 지(知), 오른쪽에는 오직 유(唯), 아래쪽에는 발 족(足)으로 적어 벽에 걸기도 한다. 집에도 애들 아빠가 적은 작품이 있다.
살아가면서 늘 만족하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족한다는 것은 부족함이나 모자람 없이 넉넉하다는 뜻인데, 일생을 살아가면서 부족함이나 모자람이 없이 있는 그대로 유유자적하게 살 수가 있을까 싶다.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욕심이 적어야 하고, 만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세상의 삶에 달관하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순간순간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만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이 들고 수양이 어는 정도 되어야 가능한 단계가 아닐까 한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어야 하고 억지가 아닌 저절로 만족해야 진짜 만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부류인 건너고 싶어도 행복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기주의자이며 그들은 절대로 행복할 수가 없다고 단언하셨다. 이기주의자는 자신만을 위해 살기 때문에 인격을 못 가진다고 했다. 인격이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인데, 이기주의자는 그걸 갖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시면서 인격의 크기가 결국 자기 그릇의 크기이고, 그 그릇에 행복을 담는 것인데, 이기주의자는 그릇이 작기에 담을 수 있는 행복도 작을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앞의 만족과 이기주의와는 별개가 아닌 것 같다. 이기주의적인 사고가 줄어들면 그만큼 만족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살아가는 이기주의자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다.
조금은 자기가 불리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쪽을 아무런 미련도 없이 버리고 함께 가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이기주의자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세상은 각박해지고 무미건조해질 수밖에 없다. 해가 갈수록 이기주의자들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기주의자들은 그만큼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기만을 위해 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기 합리화와 자기 정당화를 하는 경향 역시 강하다. 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아닌 모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음의 벽을 허물 수도 있어야 한다. 세상은 혼자 독불장군처럼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서로 배려하고 의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곳이다. 나라는 상(相)을 버리면 평안하게 살 수 있다.
김형석 교수님의 인생 경험을 간접적으로 대하면서, 정신적인 가치와 이기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김형석 교수님은 60이 넘어서야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었고, 90까지는 행복한 삶을 사셨다고 하니 꼭 따라 해보고 싶다.
출처 : 김형석 "100년 살아보니 알겠다, 절대 행복할 수 없는 두 부류" - 중앙일보 (joins.com)
'행복한 오늘을 위해 > 소소한 행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섣달 그믐날 밤에 (0) | 2021.02.11 |
---|---|
감사하는 마음으로 (0) | 2021.02.04 |
비 내리는 아침에 (0) | 2021.01.26 |
입춘(立春) 같은 대한(大寒) (0) | 2021.01.20 |
애들 아빠가 태어난 날 (0) | 2021.01.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