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불어닥친 북극 한파로 마늘이 얼어가고 있다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도 없어 가슴만 태우며 지내다가 오늘 오후에 지난 혹한으로 마늘과 양파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도 하고, 매실나무에 걸쳐 있는 호박 넝쿨들도 걷어주기 위해 텃밭으로 향했다. 지난 월요일부터 차츰 기온이 올라간다고 여겼는데, 오늘은 봄날 같았다. 오후 2시쯤 텃밭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마늘과 양파가 자라고 있는 두둑부터 살펴보았는데, 마늘은 지난주 수요일보다 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고, 양파는 아예 살아남은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농사는 농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날씨)에 따라 풍작과 흉작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그래도 완전히 얼어 죽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회생을 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매실나무에 걸쳐 있는 호박 넝쿨을 걷어준 쥐에 퇴비로 마늘 두둑에 거름도 주고 추위 예방이 될까 하여 두툼하게 뿌려주고 왔다. 이전에 깻묵을 으깨어 뿌려주긴 했었는데, 마늘들이 영양분은 섭취했는지 모르겠지만, 한파를 이기는 데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양파가 자라고 있는 두둑은 아예 양파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피해가 큰 것 같았다. 더욱 심한 것은 상추가 완전히 얼어붙어 봄 상추를 맛이나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게 혹독했던 추위가 있었는데도 매실나무 가지 끝에는 매화를 피우기 위한 채비가 분주한 것 같았다.
오후라서 그런지 전혀 겨울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일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아직 봄꽃이나 새싹들이 돋아나기에는 너무 이른 때인데도 벌써 일벌 한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어 잘못 본 것인가 하여 다시 보았지만 틀림없는 일벌로 보였다. 매실나무에는 매화 꽃봉오리가 조금씩 맺혀 있기는 해도 꽃을 피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는데, 희한한 일이었다. 지난 주가 얼마나 차가웠는지 늦가을에 심은 상추와 쪽파는 아예 얼어버린 것 같았다. 겨울초 역시 오그라들어 있었지만 보리는 여전히 추위를 극복하고 파릇파릇 자라고 있었다. 지난해보다 올해 겨울이 겨울다운 날씨이기 때문에 병충해는 덜할 것 같다. 마늘 두둑에 퇴비를 주는 것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음력으로 섣달 초하루이고 이미 소한(小寒)을 지났으니 앞으로 큰 추위는 없을 것으로 예상해본다. 그리고 일주일 뒤면 대한(大寒)이고, 올해는 설날 전에 입춘(立春)이기 때문에 봄이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잠깐 이번 주말(17일)에 지난주에 미치지 못하는 추위가 다시 온다고 해도 지난주의 한파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하기 때문에 텃밭도 봄맞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매실나무의 가지치기부터 과실수에 거름 주기도 해야 하고 울타리를 확인하고 고쳐야 할 곳은 손을 봐야 한다. 농사라고까지 할 수 없는 자급자족 위주의 텃밭이지만, 지금과 같은 농한기가 끝나면 곧바로 가을 추수할 때까지는 수시로 텃밭에 와서 땀을 흘리며 농작물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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