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빠르다. 신축년 새해 들어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벌써 한 달이 다 지나가고 있고, 음력으로 오늘은 섣달 보름날이다. 한창 추워야 할 때인데 섭씨 영상 13도까지 올라가는 기온을 보면 4월 초순 같다. 일본 오사카는 어제 기상 관측 사상으로 두 번째로 기온이 높았다고 하고, 사카이시(堺市)는 오후 1시 27분에 기온이 섭씨 19.1도까지 올라가서 4월 중순 날씨와 같았다고 하였으며, 오늘 도쿄가 섭씨 15도를 넘어 4월 초순 날씨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며칠 동안 계속 섭씨 10도 이상의 기온이 이어지다 보니, 텃밭과 교정 등 곳곳에서 매화가 피어나고 있다. 특히 오늘 울산BBS 보도를 보니 양산 통도사 자장매도 피어나기 시작했다고 하니 가까운 시일 내에 자장매를 보러 한 번 다녀올까 한다.
이렇게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데, 음력으로는 아직 섣달이다. 앞으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다시 한파가 몰려오고, 내일은 유별나게 태풍에 가까운 바람까지 분다고 하니 체감 온도가 훨씬 내려갈 것 같다. 코로나 19로 바깥 출입이 통제되는 마당에 날씨까지 을씨년스러울 것 같으니 마음이 착잡하다. 오늘 저녁 뉴스의 일기 예보에는 전국에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남부지방은 해당이 없을 것 같다. 최근에는 눈도 자주 내리고 비도 잦아, 맑은 날씨 보기가 쉽지 않은데, 용케 오늘은 맑고 포근하여 5일장을 다녀오는데도 추운 줄을 몰랐다. 겨울이라도 포근하니 운신하기에는 좋지만, 겨울은 겨울다워야 병충해도 적다고 한다.
조금 있다가 어제처럼 잠시 산책을 나가 섣달 보름달이라도 보고 올까 한다. 도시에 살다보니 달이 언제 뜨고 지는지 별로 관심도 없이 지낸다. 시골 같으면 밤이 되면 거의 바깥 출입이 없고, 혹시 밤에 바깥 나들이를 나가보면 이내 달빛이 비치는 길바닥이 얼마나 잘 보이느냐를 두고 대충 음력으로 며칠 쯤인지 짐작을 했으니 달의 밝기는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도시에는 밤이라도 가로등이 밝게 켜져 있어 달빛은 길을 밝히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다 보니 달의 존재마저 잊고 지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릴 적에 동네 친구들과 읍내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그믐날이면 등불을 밝혀도 칠흑 같은 어둠에 겁이 나서 서로 손을 꼭 잡고 걸었던 기억이 나는데, 도시에는 그럴 일이 거의 없다.
오늘은 섣달 보름이기 때문에 가로등과 함께 하늘에 뜬 보름달이 세상을 밤까지 밝게 비춰주어 마음이 평안하다. 온갖 번잡함과 괴로움, 시끄러움과 추잡함, 외로움과 고단함까지 달빛으로 깨끗히 정화가 되어 내일 아침에는 고요하고 평안하여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눈보라가 세찰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들으니 오늘 밤에라도 훤히 비치는 보름달을 보면서 오욕칠정(五慾七情)에 물들고 찌든 심신을 맑히려는 시도라도 해보려고 한다.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가는데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삶의 이정표는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달라지니 더욱 우울하고 입술이 바싹바싹 마른다. 갈 길은 먼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도 모르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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