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도 지나고 나니 완연한 봄 날씨이다. 작년도 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게 지나갔었는데, 올겨울은 매서운 추위가 몇 번 있었고, 중부 지방은 눈도 자주 내렸다고 해도 예년에 비해 봄이 빨리 찾아온 듯하다. 오늘 오후에는 영상 15도까지 기온이 올라가서 4월 초순과 같은 포근한 날씨였다. 오후 4시쯤 뒷산 약수터에 올라 운동도 하고 약수도 길러 왔는데, 푸른 하늘 아래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며칠간 설 차례를 지낸다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간간히 불어오는 산바람은 이미 차가움을 상실하고 훈훈하기까지 했다. 본격적인 봄으로 접어들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는데도 성큼 다가와 버린 봄은 어쩔 수가 없다. 내일 오후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다음 주 수요일은 다시 영하로 내려가 꽃샘추위가 예보되고 있지만, 이미 기세가 꺾인 겨울은 거침없이 밀려오는 봄의 파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꽁꽁 언 땅속에서 웅크리고 꿈을 키워 왔던 새싹들, 두껍게 언 얼음장 아래서 쉼 없이 자맥질을 하던 치어들, 앙상한 가지마다 봄을 기다리며 시위를 당기던 새순들까지 일제히 기지개를 켜면서 차례대로 달려 나올 기세가 느껴진다. 이미 매화가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뜨렸고 복수초도 눈부시게 피어났으며 봄까치꽃도 양지바른 곳에 모여 봄노래를 부르고 있다. 텃밭에는 냉이, 달래, 대파, 겨울초, 봄동, 새싹 보리가 파릇파릇 돋아나고 쪽파, 대파, 양파, 마늘이 생기를 찾으며 봄을 맞고 있다. 죽단화와 개나리, 골담초와 보리수 가지에도 봄빛이 아른거리고 산마루에는 때 이른 아지랑이까지 아롱거리며 봄이 왔음을 합창하는 듯하다. 겨우내 잿빛으로 수수하게 있던 산과 들이 봄맞이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이제 누구도 봄의 진군에 감히 나서 앞을 가로막을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다음 주 월요일(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설명절 이전에 이런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5일부터는 직계 가족은 5명 이상이라도 모일 수 있다고 하는데, 지난번에도 한 번 언급을 했지만, 5명 이상의 집합을 금지한다는 기준은 어떤 과학적 근거로 시행되었는지부터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무조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수준에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처사이다. 정부가 아무리 국민들의 생명을 우선시하여 시행하는 조치라고 해도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소통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고 국가 안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외교, 인사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 더 큰 문제인데, 특히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 이제 믿음도 가지 않는다.
왜 많은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않는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파악은 하지 않고, 위정자들의 입맛대로 국민들을 재단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해져서는 안 되는 비극이다. 그런 정책과 인사 등이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비극이 바로 탈원전을 밀어붙인 사건이다. 국내의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고 경제성도 있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월성 원전부터 폐쇄시키기로 결정을 해놓고 경제성 조작까지 하면서 원전 기술을 괴멸시키려고 했었다. 그런데 최근 밝혀진 북한에 원전 건설 추진 제안했다는 보도는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북한은 아직도 엄연한 우리나라의 주적이고, 잠시도 안보 허점을 보여서는 안 되는 준전시 상태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런 주적인 북한에 원전 건설 추진을 제안했다는 사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봄은 이렇게 성급하게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데, 나라의 사정은 여전히 꽁꽁 언 한파가 뒤덮고 있으니 국민 하기가 정말 어렵고 힘이 든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 균열로 위기라고 보고 있는가 하면, 경제 상황 역시 IMF 때보다 못하다는 언급을 하면서 급격하게 늘고 있는 국가 부채도 거론하고 있다. 2021년도 한 달 보름이 지나가고 있지만, 어떻게 한 해를 헤쳐나갈지 캄캄한 동굴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하여 불안하고 불길하다. 그런데도 4차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들에게 나눠줄 것이라는 여당과 정부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지금 당장은 얼마 되는 않는 돈이지만 다음 세대에는 엄청난 빚을 지우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는데, 국민들을 공짜에 길들이면 그 나라는 벼랑으로 떨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봄은 성큼 다가오지만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질 것 같아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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