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날씨가 너무 좋고 포근해서 텃밭을 다녀왔다. 지난해 텃밭에 있는 매실나무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필 때 우연히 꿀벌 한 마리가 꽃봉오리 속을 헤집으면서 꽃봉오리를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꽃은 저절로 피는 줄 알았는데, 꿀벌이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 속에 들어가 꿀을 모으면서 인위적으로 꽃을 피운다는 사실은 몰랐다. 하도 이상해서 한참을 관찰하기만 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해 봤던 꿀벌의 매화 꽃피우기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가지고, 매화 꽃차를 만들기 위한 매화 꽃봉오리도 좀 채취해 올까 해서였다. 며칠 전에 다녀왔을 때보다 매화가 더 많이 피어 있고 꿀벌들도 훨씬 많이 잉잉거리며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니며 꿀과 꽃가루를 모으고 있었다.
우선 매화 꽃차를 만들기 위한 꽃봉오리부터 조심스럽게 따기 시작했다. 매화가 활짝 핀 매실나무들도 있었지만 아직 꽃봉오리만 맺은 나무들도 있었다. 어제와 오늘과 같은 기온이라면 앞으로 며칠 사이에 매화가 만개할 것 같았다. 매화 꽃봉오리는 크기가 작아 한 시간을 따도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애들 아빠와 함께 열심히 매화 꽃봉오리를 땄는데, 다음 주말 정도면 더 많은 매화 꽃봉오리를 채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지금 상태에서 딸 수 있는 것들만 골라 쉬지 않고 채취했다. 제법 많은 매화들이 피어나서 그런지 지난번과는 달리 매화 본래의 그윽한 향기가 텃밭 가득에 가득하여 취할 것 같았다. 날씨도 좋은 데다 매화와 그 향기까지 어우러지니 무릉매원(武陵梅園)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홍매화가 피어 있는 매실나무에 가니 작년에 본 것과 같은 매화 꽃봉오리 속을 꿀벌 한 마리가 헤집고 들어가 열심히 꿀을 모으면서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보았다. 동영상은 거의 찍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선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스마트폰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면서 초점도 맞추고 화면 내에서의 위치도 적절하게 잡아가며 촬영을 하는데 잘 되지 않아 결국 애들 아빠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몇 장면을 담아보았다. 신기한 것은 보통 활짝 핀 꽃에 꿀벌들이 붙어 꿀을 모으는 줄로 알았는데, 아직 터뜨리지 않고 오므리고 있는 꽃봉오리를 헤집고 들어가 꿀을 모으면서 인위적으로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었다.
작년처럼 올해도 이런 매화 꽃봉오리와 꿀벌과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모든 꽃들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눈앞에 펼쳐졌던 매화 꽃봉오리만큼은 저절로 피는 경우도 있지만 꿀벌이 인위적으로 꿀을 모음녀서 피우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얼른 봐서는 꿀벌이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꿀을 모으는 것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꿀벌이 꽃봉오리를 헤집으면서 꽃잎을 펼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와 같은 똑같은 장면을 목격하였으니 확신을 가지고 매화는 저절로도 피어나지만 꿀벌이 인위적으로 피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지금껏 몰랐던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는 것 같다. 어떤 것에나 그 첫걸음은 관심이고 관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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