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임광사에 볼 일이 있어 잠깐 들렀었는데 해우소 옆에 있는 산수유나무에 산수유꽃이 활짝 펴 있었다. 노랑 산수유꽃은 꼭 어릴 때 봤던 언니들의 자수(刺繡) 놓은 꽃과 비슷한 것 같아 친근감이 간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아도 멀리서 봐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그 자태와 은은한 향기는 동양적인 멋이 깃들여 있는 것 같다. 이른 봄에 피는 꽃 중의 하나인 산수유꽃은 생강나무꽃과 흡사하여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바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지난 주말(토요일과 일요일)은 기온이 4월 말이나 5월 초 같아 산과 들이 여간 소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남아있다고 해도 한낮 기온이 벌써 섭씨 20도를 넘어버렸으니 봄은 잠깐이고 바로 여름이 급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해본다. 매화, 복수초꽃, 산수유꽃, 생강나무꽃, 춘백꽃, 수선화, 목련꽃, 진달래꽃 등으로 이어지는 봄꽃 릴레이가 이미 시작되었으니 이제 눈을 활짝 뜨고 봄꽃들이 펼치는 아름답고 희망을 지피는 향연을 즐기면서 마음까지 맑고 밝게 바꾸어 가는 동참이 절실하다. 비록 마음의 봄은 여전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아 언 가슴을 안고 봄을 찾아 맞으려고 이리저리 방황을 하고 있지만, 그런다고 봄이 불쑥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산사에도 산수유꽃이 만개했으니 산속 양지바른 곳의 산수유나무에도 흐드러지게 산수유꽃이 피어 있을 것 같다. 재작년까지는 의성, 구례, 이천, 양평 등에서 산수유꽃축제가 개최되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19 상황이라서 개최가 될지 아직까지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몇 년 전 하동 악양에서 활짝 핀 산수유꽃과 할미꽃 그리고 매화까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는데, 최근에는 주로 집에만 있는 상태라서 바깥으로 나가서 꽃구경을 한다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일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각자 코로나 19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예방을 하면서 정상 생활 활동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봄은 봄꽃과 새순 그리고 새싹과 함께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는데, 입으로만 코로나 19만 외치면서 모든 것을 올인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매화는 물밀듯이 북진을 계속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산수유꽃과 목련꽃 나아가 진달래꽃 등이 차례대로 찾아올 텐데, 아직까지 아무런 준비도 없고 심지어 어떻게 맞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는 것 같다. 매년 오는 봄이라서 그럴까 아니며 최근에는 잠깐 왔다가 가버리는 봄이기 때문일까?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고 어김없이 흘러가는데 사람들만 분주하여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조차 모르고 갈팡질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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