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의 세 번째 절기로, 동면을 자던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하여 개구리가 뛰쳐나온다는 경칩(驚蟄))이다. 지난번에 텃밭에 갔을 때 벌써 개구리는 봤었는데, 요즈음은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서 그런지 계절이 예전 같지가 않고, 24절기는 중국 기후에 맞추다 보니 우리나라는 조금 다르다고도 했다. 오늘은 2월 말부터 계속 흐리고 비가 내리던 날씨보다는 조금 나아 오전까지는 부슬비가 내리더니 오후에는 햇볕까지 나서 아주 포근하였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내일과 모레 이틀간 잠깐 기온이 내려갔다가 이후에는 계속 영상 섭씨 15 내외의 완연한 봄날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절기 상으로도 우수(雨水)를 지나 경칩(驚蟄)이 되었으니 봄이 무르익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어제 아침 일찍 뒷산 약수터를 다녀왔는데, 벌써 난초가 돋아났고,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도 피고 있었다. 오전에는 텃밭을 다녀왔는데, 매화가 만발하여 절정이었고, 마늘과 양파, 쪽파와 대파, 겨울초와 보리, 명이나물과 봄동은 물론 달래와 냉이, 쑥과 돌나물 등도 서로 뒤질세라 새싹을 내밀고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벌써 채소와 나물들을 수확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잡초들과의 씨름이 시작되는 때가 된 것 같았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도랑의 물도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 넉넉하게 흘러내려 수확한 냉이와 달래 및 쑥은 물론 쪽파와 우슬 등을 깨끗이 씻을 수 있었고, 물도 그렇게 차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내린 비는 양은 많지 않았지만, 올해 새로 구입하여 심은 새 식구(묘목)들에게는 단비였을 것이다.
세상은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예나 지금이나 시끄럽고 혼란스럽지만 자연은 정해진 이치와 순리대로 어김없이 계절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게 춥고 매서운 찬바람이 불었다가도 때가 되어 봄이 오니 만물이 소생하면서 텃밭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인간들의 삶은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정치니 경제니 사회니 하며 질서와 안정을 추구한다고 해도 언제나 제 멋대로이지만 자연이 전해주는 밀어들을 대하면 무질서한 가운데 철저하게 이치에 따르고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겨도 자연이 보면 헛웃음을 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는 것이 대단하지도 않고 속이 덜 차고 익지를 않은데도 과시나 하고 억지를 부리니 별 수가 없다.
개구리와 게는 고사하고 벼룩이나 빈대만도 못한 주제에 마치 황제나 심지어 신이라도 된 듯이 거드름을 부리는 한 줌도 되지 않는 권력자나 부자들을 보면 너무나 가볍고 천박하기 짝이 없다. 비우고 낮추면 더 돋보이고 존중을 받을 텐데 나서기와 우러러 받들어지기를 좋아하다 보니 언제나 말들이 많고 어지럽다. 우리들이 사는 삶이라는 것은 나날이 자신의 영혼을 맑고 아름답게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성인들께서 그렇게 가르침을 주어도 그 길로 갈 생각이나 엄두조차 내지 않고 언제나 역주행만 거듭하면서 스스로 파멸의 구렁텅이나 무덤만 파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듯이 모두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 깨어나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은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나오는 경칩(驚蟄)에 관한 내용을 참고로 옮긴다.
----------------------------------------------------
1. 정의
경칩(驚蟄)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節氣)이며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冬旨)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양력으로는 3월 5일 무렵이 된다.
2. 내용
{경칩(驚蟄)의 의미와 관련 풍속}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이즈음이 되면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한난(寒暖)이 반복된다. 그리하여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한서(漢書)』에는 열 계(啓)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되었는데, 후에 한(漢) 무제(武帝)의 이름인 계(啓)를 피휘(避諱)하여 놀랠 경(驚)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라 하였다. 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논일원십이회삼십운(論一元十二會三十運)에는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寅月]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驚蟄)에 해당하며, 음력 9월[戌月]에는 동면(冬眠)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경칩(驚蟄)이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이므로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기임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驚蟄)이 지난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정하였으며, 경칩(驚蟄)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다. 『성종실록(成宗實錄)』에 우수(雨水)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驚蟄)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春分)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이다.
3. 속신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된다.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이날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또는 도롱뇽) 알을 건져다 먹는다.
또 경칩(驚蟄)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한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한다. 경칩(驚蟄)에는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 해 농사를 예측하기도 한다.
또한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그 수액(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전남 구례의 송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하다. 보통의 나무들은 절기상 2월의 중기인 춘분(春分)이 되어야 물이 오르지만 남부지방의 나무는 다소 일찍 물이 오르므로,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일기(日氣)가 불순하면 좋은 수액이 나오지 않고, 날이 맑아야만 수액이 약효가 있다. 경칩(驚蟄)이 지나서는 수액이 잘 나오지 않으며, 나오더라도 그 수액은 약효가 적다. 이처럼 경칩(驚蟄)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이다.
'행복한 오늘을 위해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내리는 춘분(春分) (0) | 2021.03.20 |
---|---|
여성의 날과 장미꽃 (0) | 2021.03.08 |
3월 첫날, 3.1절을 맞아 (0) | 2021.03.01 |
2월 마지막 날 (0) | 2021.02.28 |
정월대보름을 맞아 (0) | 2021.02.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