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들에 나가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봄꽃이 봄까치꽃이 아닐까 한다. 원래 꽃 이름은 큰개불알꽃이라고 했는데, 어감이 좋지 않아 봄까치꽃 또는 큰봄까치꽃이라고 달리 이름을 붙인 듯하다. 봄까치꽃은 특이하게 꽃색이 파란색이다. 파란색 꽃이라고 해서 완전히 파란색이 아니고 옅은 파란색과 흰색이 섞여 빗금까지 더해 있어 더 운치가 있고 아름답다. 오늘은 매년 봄에 하는 연례행사로 애들 아빠와 함께 윗대 산소를 다녀오는 날이었다. 찹쌀 시루떡을 주문하여 단산의 시증조부님 이상의 산소와 산내의 시증조모님과 시부모님 산소를 찾아가 성묘도 하고 봄을 즐기고 왔다. 날씨가 아주 좋았는데, 기온까지 올라가서 마치 초여름 같았고, 매화와 산수유꽃 및 생강나무꽃들이 만발이었다.
산내의 사과밭에 주차를 하는데 보니 사과밭 전체가 봄까치꽃들의 경연장 같았다. 사과나무 아래에 무리를 지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까치꽃을 보고는 마치 어마어마한 은하수를 보는 것 같았고, 작은 봄까치꽃들은 별같이 느껴져 환상적이었다. 아무 관심도 없이 그냥 보고 지나쳤으면 봄까치꽃을 밟으면서도 꽃으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허리를 굽혀 관찰해보면 너무나 앙증스럽고 참한 꽃이 바로 봄까치꽃인 듯하다. 한두 포기 피어있어도 색다르게 보이는데 무리를 지어 넓은 사과밭 전체를 뒤덮고 있는 봄까치꽃은 장관이었다.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봄까치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였다.
봄은 이렇게 여러 가지 꽃들로 놀라게도 하고 즐겁게도 하며 꿈과 희망까지 전해주는 것 같아 좋다. 텃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봄까치풀의 꽃은 아름다워도 잡초가 여겨지면 여간 성가시지가 않다. 잡초들은 특성상 어릴 때는 쉽게 뽑히지만 일단 크게 자라면 대부분 뿌리가 깊고 강하여 힘을 여간 주지 않으면 잘 뽑히지 않는다. 봄까치풀도 텃밭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돋아나고 꽃이 필 정도로 자라면 그 뿌리가 넓게 퍼지고 단단하여 뽑기가 힘이 든다. 그런데 왜 봄까치꽃을 처음에는 큰개불알꽃이라고 했는지 의문이 들어 찾아보니 꽃이 진 뒤에 열리는 열매가 마치 개의 음낭, 즉 불알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여 꽃 이름을 붙인 분의 관찰력과 익살스러움이 놀라웠다.
중국에서는 지금(地錦, 땅의 비단)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오오이누노후구리(おおいぬのふぐり[大犬の陰嚢])라고 한다. 또한 서양에서는 베로니카(Veronica)라는 학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꽃잎 속에 베로니카의 전설처럼 예수님의 얼굴이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보통 서양 사람들은 봄까치꽃을 버드 아이(Bird's Eye)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이 꽃의 수술 2개가 꼭 새의 눈처럼 보인다고 해서라고 한다. 지난해에도 이 사과밭에서 봄까치꽃을 눈이 시도록 보았었는데, 올해도 마침 봄까치꽃이 만발할 때 찾아가 봄까치꽃을 원도 한도 없이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따사로운 봄햇살 아래 봄까치꽃과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고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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