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이 만발했다. 며칠 전 낮에 잠깐 보고 밤에 한번 찾아가서 목련꽃을 만나고 올 것이라고 했었는데, 조금 전에 시간을 내어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순백의 목련꽃을 보고 왔다. 낮에 보는 목련꽃의 화사함과 눈부심도 아름답고 경이롭지만 어두운 밤에 보는 목련꽃 역시 신비롭고 더 매혹적이다. 목련나무가 위치한 곳에 따라 같은 교정이라도 꽃이 피는 정도가 다르다. 양지바른 건물 앞과 바람이 많이 불고 응달인 곳의 목련꽃 피는 시기는 열흘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이미 건물 앞 양지바른 곳의 목련꽃은 만개하여 차츰 시들어가려고 하는 듯하지만, 맞바람이 부는 조금 다른 위치에 피어난 목련꽃은 이제야 막 피어나고 있다.
교정이라서 가로등이 여기저기 켜져 있어 칠흑 같은 어둠은 아니지만 어슴프레 보이는 목련꽃의 자태는 언제 봐도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지난 화요일(3월 9일) 텃밭에 갔을 때 백목련보다 자목련이 먼저 피어나려고 하여 간 김에 자목련 꽃차를 만들려고 자목련 꽃봉오리는 30개 정도 채취해 왔다. 자목련이라고 하면 애들 아빠와 만난 지 1년 정도 지난 어느 날 강화도 전등사에 시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갔던 기억이 난다. 어딘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자목련꽃을 처음 보고 얼마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지금도 그 자목련꽃이 활짝 피어있던 풍경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런 귀한 자목련을 텃밭에 심고 가꾸면서 꽃구경까지 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집에서 교정에 피어 있는 목련꽃이 있는 곳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정도 걸려 운동 겸 해서 다녀왔는데, 개나리꽃과 살구꽃 그리고 수선화도 활짝 피어났고 영춘화도 몇 송이씩 짝을 지어 피어나고 있었다. 매화가 지고 난 뒤로 목련꽃이 피어나더니 이제는 순서를 가리지 않고 봄을 노래하는 봄꽃들의 퍼레이드가 하루가 다르게 기세를 올리고 있다. 산과 들은 봄 풍경으로 순간순간 달라지는 있는데, 삶에 찌든 사람들만 마음이 분주하고 어지러운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봄이 왔는데도 기온만으로 봄을 느낄 뿐 진짜 아름답고 생동감이 넘치고 있는 봄의 진면목은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산이나 들로 나가보면 전혀 다른 봄을 맞을 수가 있는데 말이다.
오늘 밤은 목련꽃의 고귀함으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마무리를 하고 싶다. 하얀 목련꽃의 꽃색만큼 순수하고 고결함을 잃지 않고 서로 믿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꿈도 목련꽃을 꿨으면 더 좋겠다. 봄꽃들의 특징을 보면, 첫째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꽃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온전하게 꽃만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둘째, 봄꽃들은 노란색 꽃이 많다. 매화는 물론 살구꽃과 복숭아꽃 및 사과와 배꽃 그리고 진달래꽃 등은 노란색이 아니지만, 복수초꽃과 개나리꽃 그리고 영춘화와 유채꽃에다 죽단화와 민들레꽃 등은 모두 노란색이다. 점차 봄꽃들이 줄을 이어 피어나 꽃들의 향연이 절정을 이룰 날이 곧 올 것 같다. 한낮에는 덥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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